김태현은 스스로 벗었지만…신상 공개된 범죄자라도 "얼굴 공개하라" 강제할 수 없다
김태현은 스스로 벗었지만…신상 공개된 범죄자라도 "얼굴 공개하라" 강제할 수 없다
'노원구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 9일 검찰 송치 전 포토라인에 서
김태현은 스스로 마스크 벗었지만⋯강제할 수는 없어
변호사들 "신상 정보를 공개하라는 의미지, 언론 앞 얼굴 공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됐다.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쯤 밖으로 나왔다. 마스크를 쓴 채였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김태현은 직접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서는 무릎을 꿇고 유가족을 향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태현은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했지만, 만약 이 자리에서 마스크 벗기를 거부했다면 김태현의 얼굴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스크 착용 여부 결정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된 신상공개. 하지만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변수로 떠올랐다. 마스크 한 장으로 신상공개의 의미가 없어질 우려도 있다. 변호사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우리 법은 일정 요건을 채우면 수사단계에서도 흉악범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김태현 역시 이 이 요건을 충족해 얼굴과 이름 등이 공개됐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게 되면 얼굴 공개를 막는 셈이다. 어쨌거나 절차를 거쳐 신상 정보 공개가 결정된 이상, 수사기관 등이 흉악범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길 수는 없는 걸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피의자의 '신상 정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는 얼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의미이지, 피의자 본인이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은 "공개를 할 때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제8조의2)"고 규정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는 것을 강제한다면 '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경찰이 업무 중 따라야 하는 훈령도 신상 정보 공개의 남용을 막고 있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는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를 들었다. 이 조항은 "얼굴을 공개하는 때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해야 한다"고 적었다.
즉,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겠다고 마음먹으면 경찰은 이를 막을 수 없다.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드러내 보이도록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법률 자문

그럼 대안은 없는 걸까. 페이스 실드나 투명 마스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변호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류인규 변호사는 "투명 마스크 등을 강제할 수는 없고, 피의자 본인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의 행위를 하면 이를 저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남편 살인사건'으로 신상이 공개된 고유정은 언론 앞에 처음 나타난 자리에서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후에도 유치장이나 법원으로 이동할 때 늘 머리를 늘어뜨려 얼굴을 가렸다. 고유정의 '커튼 머리' 역시 수사기관이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정현우 변호사 역시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건 가능하지만, 피의자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고집하면 경찰은 이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머그샷(구치소에 수감할 때 얼굴을 식별하기 위해 찍는 사진) 활용하는 방안을 아이디어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김태현은 포토라인에서 "질문에 일일이 답변 못 드릴 것 같은데 양해를 구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2분여간의 인터뷰에 응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김태현은 목에 붕대를 감고 손엔 부목을 댄 상태였다.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한 김태현은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범행 이유와 사전 계획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다"는 답변을 끝으로 김태현은 검찰로 향하는 호송차에 올랐다.
한편, 서울 노원경찰서는 김태현에게 살인 혐의 외에도 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 침해)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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