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피해인데 되레 소송? 병상에서 '반소' 준비하는 법
누수 피해인데 되레 소송? 병상에서 '반소' 준비하는 법
변호사 9명 총출동, 나홀로 소송의 함정과 필승 전략 전격 공개

천장 누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오히려 소송을 당한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섣불리 금액 조정을 언급하기보다 객관적 증거로 피해액을 단호히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천장 누수로 피해를 입었는데, 가해자가 되레 '배상 책임 없다'며 소송을 걸어왔다. 심지어 피해자는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
생전 처음 보는 전자소송 화면 앞에서 '나홀로 반소(맞소송)'를 준비하며 발을 구르던 A씨의 사연에, 9인의 변호사와 법률 전문가가 직접 등판했다.
'금액 조정' 한마디의 파장부터 판례가 말해 주는 핵심 전략까지, 소송 초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짚어본다.
"오히려 소송을 당했습니다"... 병상에서 시작된 나홀로 싸움
누수 피해 복구도 막막한 A씨에게 날아온 소장.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가 '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피해자가 졸지에 피고가 된 황당한 상황.
설상가상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A씨는 당장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어려워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반소(맞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전자소송 시스템에 접속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손해배상(기)청구의 반소'는 맞는 명칭인지, '금액 조정 의사'를 밝혀야 하는지, 낯선 법률 용어 앞에서 A씨의 시름은 깊어졌다.
"금액 조정 의사 있다?"... 섣부른 한마디, 약점될 수도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상대방처럼 "추후 금액을 조정할 의사가 있다"는 문구를 넣어야 할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다수 변호사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질문자님은 반소장에서 본인이 입은 누수 피해 가액을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당당하고 단호하게 청구하셔야 합니다. 추후 법원의 감정 결과나 재판 진행 과정에 따라 청구금액을 취지 변경 신청서로 조정하면 되므로, 처음부터 약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법무법인 인 이지은 변호사도 "'나중에 금액 조정 의사가 있다'는 문구를 넣으면 유연한 태도로 보일 수는 있으나, 자칫 현재 청구금액이 불확정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표현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상대방 주장에 따라 추후 청구금액을 조정할 의사가 있다는 문구를 넣는 것은 실무상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며, 추가 증거나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취지를 확장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효과가 있습니다."라며 실무적 효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명확한 근거 없이 섣불리 양보의 여지를 보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동입력'의 함정... 판례가 말해주는 핵심 전략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경고한 '치명적 실수'는 바로 청구금액 자동 입력 문제였다.
이동규 변호사는 "청구 금액과 본소 소가의 자동 입력 부분은 그대로 진행하시면 안 됩니다. 반소장은 본소와 별개로 질문자님이 상대방에게 받고자 하는 구체적인 누수 피해 금액을 직접 산정하여 입력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인 이지은 변호사 역시 "자동 입력된 금액이 본인이 청구하려는 금액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대로 두기보다 견적서·수리비·영업손실 등 산정 근거와 맞춰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92.4.10. 선고 91다43695 판결)를 근거로, "추후 손해액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면, '추후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명시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손해배상 채권 전부에 미치게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증거'...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전자소송의 형식적 절차에 대한 답변과 함께, 변호사들은 결국 소송의 승패는 '입증'에 달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법무법인 연우 이숭완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손해액 입증입니다."라며, "누수 원인 자료, 수리견적서, 영수증, 사진, 하자 관련 대화 내역 등을 정리해 두시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법률사무소 조율 조가연 변호사 역시 "특히 누수 원인, 손해 발생 범위, 손해액 산정 근거, 인과관계 등에 대한 입증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므로, 반소장에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객관적인 자료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낯선 법률 용어와 절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자신이 입은 피해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병상에서 시작된 이 외로운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충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