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의 소송, 담장 0.5평이 부른 날벼락
19년 만의 소송, 담장 0.5평이 부른 날벼락
철거냐, 사용료 지급이냐…노후 주택 주인의 운명은?

40년 노후 주택에 사는 A씨가 19년 전 인부 실수로 옆집 땅 0.5평을 침범한 담장 때문에 철거 소송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19년 전 인부의 실수로 옆집 땅 0.5평을 침범한 담장.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철거 소송장’에 40년 노후 주택 주인은 망연자실했다.
법조계는 철거 시 막대한 손해를 근거로 ‘권리남용’을 주장하며, 담장 철거 대신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방향으로 법원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부 실수인데…19년 만에 담장 허물라니 막막”
서울 중구에서 40년 된 주택을 소유한 A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소장을 받았다. 약 19년 전, 담장 공사 과정에서 인부의 실수로 옆집 땅 약 0.5평을 침범했는데, 이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옆집 주인이 담장 철거와 토지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침범 사실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적으로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권리를 방해하는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으므로, 19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의 철거 청구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A씨가 '권리남용' 항변으로 맞설 수 있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침범 면적이 0.5평으로 매우 미미한 반면, 40년 된 노후 건물을 철거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과 경제적 손실이 상대방의 토지 이용 가치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라며, 이런 경우 법원이 철거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년치 사용료 폭탄? ‘10년 소멸시효’가 방패막
A씨의 또 다른 걱정은 지난 19년간의 토지 사용료 문제다. 옆집 주인이 그동안의 사용료를 모두 청구한다면 그 액수는 상당할 수 있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19년 치 전액을 물어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며 얻은 이익, 즉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청의 김희원 변호사는 “일단 과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채권이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바, 10년 이전까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소송이 제기된 날로부터 거꾸로 계산해 최대 10년치 사용료에 대해서만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최이선 변호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특히 A씨가 침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선의의 점유자'였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강조한다면, 소송 제기 전까지 발생한 사용료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감액이나 방어를 시도해볼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법은 결국 ‘조정’…땅값 내고 분쟁 끝낸다
그렇다면 이 분쟁의 가장 현실적인 출구는 무엇일까. 일부에서 거론되는 ‘점유취득시효(20년간 점유 시 소유권 취득)’는 점유 기간이 20년에 미치지 못하고, 소송이 제기되면서 시효 진행이 중단돼 A씨에게 유리한 카드가 되기 어렵다.
결국 다수의 전문가는 소송 과정에서 조정을 통해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앤현법률사무소의 김현정 변호사는 “실무상 다수 사건은 소송 중 조정 절차에서 침범 부분의 매수 또는 공시지가 기준 지료 지급으로 정리되는 흐름이 자주 관찰됩니다”라고 밝혔다.
즉, A씨가 법정에서 철거 대신 침범한 0.5평의 토지를 아예 사들이거나, 매달 또는 매년 일정액의 사용료(지료)를 내는 조건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제로변호사의 홍윤석 변호사 역시 “답변서를 통해 철거 대신 지료 지급이나 해당 토지 매수 쪽으로 법원 조정을 유도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평가하며 이러한 해법에 힘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