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중국산 박스갈이" 홈쇼핑 제보해 피소된 농부… 법원이 무죄 선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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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중국산 박스갈이" 홈쇼핑 제보해 피소된 농부… 법원이 무죄 선고한 이유

2025. 12. 15 17:4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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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업체 의혹 제기했다가 '업무방해' 혐의 피소

법원 "허위 인식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원도 홍천에서 더덕 농사를 짓던 A씨는 홈쇼핑 방송을 보던 중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 업체가 중국산 더덕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박스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익을 위한 제보였을까, 아니면 경쟁사를 음해하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였을까.


홈쇼핑 업체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관련 사진까지 전송했던 A씨는 결국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기소부터 법원의 무죄 판결까지,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저 사람들 중국산 씁니다" 홈쇼핑 멈춰 세운 결정적 제보

사건은 지난 202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더덕 농사를 짓고 있던 피고인 A씨는 당시 농수산물 가공식품 업체인 피해자 B회사가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더덕 제품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B회사는 C홈쇼핑과 D사 등을 통해 국내산 더덕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2023년 9월 7일, 홈쇼핑 업체인 C사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B회사가 중국산 더덕을 박스갈이하여 원산지를 강원도인 것처럼 속여 팔고 있다"는 취지로 제보했다. '박스갈이'란 실제로는 중국산 농산물이지만 포장 상자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해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을 말한다.


A씨의 행동은 단순히 말뿐인 제보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중국산 더덕 상자가 쌓여 있는 창고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홈쇼핑 업체 측에 직접 전송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이어 엿새 뒤인 9월 13일에는 판매 대행사인 D사 직원에게도 전화를 걸어 동일한 내용을 제보했다.


법정에 선 농부... 쟁점은 "진실인가, 허위인가"

검찰은 A씨의 이러한 행위를 명백한 '업무방해'로 판단했다. A씨가 위계(속임수)를 써서 피해자 B회사의 더덕 제품 판매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A씨의 제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그가 경쟁 업체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보았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법적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제보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여야 하고, 제보자가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한다.


결국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로 좁혀졌다. 과연 A씨가 제보한 '박스갈이' 의혹이 객관적으로 거짓이었는지, 그리고 A씨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제보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의 판단 "제보 내용, 거짓이라 단정 못 해"

춘천지방법원 형사단독(재판장 김택성)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5고정15).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제보를 하게 된 경위와 피해자 회사에 더덕을 납품한 업체에 대한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제보 내용이 허위라거나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납품 업체 조사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B회사가 실제로 원산지를 속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거나, 적어도 A씨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경쟁 업체에 대한 의혹 제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뚜렷한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사실임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섣불리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참고] 춘천지방법원 2025고15 판결문 (2025. 9. 1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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