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건 5년, 퇴직금은 3년만? 회사의 황당한 주장 "근로계약서는 3년 전에 작성했잖아"
일한 건 5년, 퇴직금은 3년만? 회사의 황당한 주장 "근로계약서는 3년 전에 작성했잖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날'이 기준으로 퇴직금 정산하겠다는 회사
변호사들 "근로계약서와 상관 없어⋯일했다는 것만 증명 가능하면 돼"
5인 미만 사업장은 혹시 '다른 기준'이 적용 되는걸까?

2015년부터 5년 넘게 일한 A씨에게 퇴직금은 2017년부터 계산해 3년 치만 주겠다는 회사. 회사의 주장대로 퇴직금은 근로계약서 작성일이 기준이 되는 걸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직을 앞두고 있는 A씨는 회사로부터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2015년부터 5년 넘게 일한 A씨에게 퇴직금은 2017년부터 계산해 3년 치만 준다고 말했다.
황당해하는 A씨에게 회사는 당당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날이 그때부터"라는 이유를 들었다.
A씨가 일하던 곳은 스타트업으로 초창기 멤버는 단 3명. 그러다 보니 근로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았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2017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A씨는 억울하다. 일을 시작했던 2015년부터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내역도 모두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일했던 사실은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다.
A씨는 정말 회사가 말한 것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시점부터 정산된 퇴직금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A씨가 실제 일한 날부터 계산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근로관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일하고 월급을 받았다는 근로관계만 입증하면 된다는 취지다. 우리 법원은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묵시적인 근로계약까지 인정한다.
지난 1972년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체결된 계약이 있어야 한다"(72다895)고 밝혔다.
다만 A씨가 회사에서 일했다는 것은 증명해야 한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는 "월급을 받았던 '임금지급 내역'이나 '근무 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확보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 5년치 퇴직금을 받는 데 문제 없을 거라는 취지였다.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는 사실은 혹시 문제가 없을까. 너무 작은 규모의 회사였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위에서 말한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 건 아닐까.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퇴직금 지급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 달리 취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근로자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근퇴법 3조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적용 범위로 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2015년, 2016년 A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급여의 계좌이체 내역 등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런 갈등이 계속되면 불리한 건 회사다. 회사가 A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부분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로자에게 교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성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규정은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