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죄인인가요” 베이비박스 유기 미혼모의 눈물, ‘사라진 친부’는 법망 피할까?
“왜 나만 죄인인가요” 베이비박스 유기 미혼모의 눈물, ‘사라진 친부’는 법망 피할까?
법원, 장애아 유기한 미혼모에 유죄 선고
'실질적 보호 의무'가 가른 처벌의 행방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2025년 6월 1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2024고단1719)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한 미혼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전북대학교 병원이었다. 피고인인 친모는 이곳에서 아이를 출산했으나, 기쁨 대신 절망을 마주해야 했다.
피해 아동은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비혼 상태였던 피고인에게는 아이를 감당할 경제적·심리적 여력이 없었다. 결국 피고인은 출산 직후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를 찾아가 아동을 두고 떠났다. 이 사건에서 법정에는 오직 친모만이 피고인석에 섰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초범이며, 아동을 보호 시설에 유기하여 실제 위험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점이 참작되었다. 그러나 독자들 사이에서는 "왜 아이를 함께 만든 친부는 처벌받지 않고 미혼모만 법의 심판을 받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이 지목한 범인은 ‘성별’이 아닌 ‘보호자’라는 이름
법적으로 "미혼모만 처벌받는다"는 인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에 따르면 처벌의 대상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한 '보호자'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자란 친권자나 후견인뿐만 아니라,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모두 포함한다. 이번 사건에서 친모는 병원에서 아이를 직접 출산하고 베이비박스까지 이동하며 실질적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있던 유일한 주체였다.
대법원 판례(2020도7625)는 보호자가 친권자나 주양육자인 경우, 아동을 보호할 '1차적 책임'을 가졌다는 점을 무겁게 본다. 친부의 경우 판결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는데, 이는 친부가 아이의 존재를 몰랐거나 실질적인 보호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법은 성별이 아닌 '누가 실제로 아이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처벌 대상을 가려낸 것이다.
침묵하는 친부, 그들도 법의 심판대에 세울 방법은 있다
그렇다면 모든 사건에서 친부는 무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친부가 아동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유기 과정에 가담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2024고단1151) 사례에서는 친모와 친부가 공모하여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했다가 나란히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친부가 유기 행위를 함께 계획했거나, 유기 장소까지 운전을 해주는 등 도움을 주었다면 형법 제30조에 따른 공동정범이나 제32조에 따른 방조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유기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를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한 경우 대법원(2015도9760)은 친부에게도 방임죄의 책임을 물었다. 즉, 친부가 처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몰랐거나', '보호할 기회가 없었을 때'뿐이다.
유기와 방임, 한 끗 차이로 갈리는 법적 책임
이번 사건의 쟁점인 유기죄와 방임죄는 아동복지법상 동일한 법정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가지지만, 행위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유기'는 베이비박스 사건처럼 보호 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반면 '방임'은 보호 관계는 유지하되 기본적인 의식주나 의료 조치를 소홀히 하는 소극적 태도를 말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18고단2281)은 단순히 의무를 안 하는 것을 넘어 아동의 복지를 심각하게 저해할 때만 방임죄를 인정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미혼모가 처벌받은 이유는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와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린 '유기' 행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비록 안타까운 사정이 있더라도, 생명의 최소 안전망인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