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강제 동원 피해자, 45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법원 "5천만 원 지급하라"
'삼청교육대' 강제 동원 피해자, 45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법원 "5천만 원 지급하라"
국가의 '시효 소멸' 주장 배척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되어 고초를 겪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과거 신군부가 발령한 계엄포고가 위헌·무효라는 점이 명확해짐에 따라,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이 다시 한번 인정됐다.
1980년 영장 없이 연행⋯순화교육과 강제노역 이어져
피해자 A씨는 지난 1980년 7월 31일 성남경찰서에 영장 없이 연행되어 구금됐다. 이후 분류심사를 거쳐 같은 해 8월 4일 육군 제33사단 삼청교육대에 입소해 '순화교육'을 받았으며, 육군 제26사단 근로봉사대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11월 15일 퇴소했다.
약 44년이 흐른 2024년 6월 25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A씨를 삼청교육대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 "위헌·무효인 계엄포고 집행은 국가의 불법행위"
재판부는 삼청교육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 제13호'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계엄포고는 발령 당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자유와 영장주의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또한 "위헌·무효인 포고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국민을 검거하고 강제노역에 투입한 행위는 공무원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의 '시효 소멸' 주장 배척⋯"피해자가 위법성 알기 어려웠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대한민국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관련 법률이 제정된 2004년이나 2007년경에는 피해자가 손해를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서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는 일반 국민인 A씨가 계엄포고의 위법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위자료 5000만 원 책정⋯"인권침해 재발 방지 고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위자료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액수 산정에는 A씨가 겪은 육체적·정신적 고통, 사건 이후의 물가 및 화폐가치 상승, 그리고 국가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 재발을 억제할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시효와 관계없이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