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이 252억으로"...보이스피싱 조직의 충격적인 가상화폐 세탁 수법
"16억이 252억으로"...보이스피싱 조직의 충격적인 가상화폐 세탁 수법
인출책∙자금세탁책 등 32명 검거∙송치
피해금 추적해보니 '40개 가상자산 지갑' 거쳐 해외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충남 부여경찰서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일당 32명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 이 중 자금세탁책 40대 A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하고 3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인출책, 모집책, 자금세탁책, 전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조직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이 국내 12명의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금액은 약 16억 원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뜯긴 돈의 흐름을 끈질기게 추적했고,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자금세탁 경로를 포착했다.
'익명성' 악용한 검은 돈의 여정: 40개 지갑 거쳐 캄보디아행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들의 피해금은 곧바로 40개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지갑 명의자 중에는 피의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찰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하며 해당 가상자산 지갑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죄 자금으로 보이는 252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발견됐다. 이 자금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캄보디아의 한 해외 거래소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자금세탁책 2명에 대해 "범죄 자금을 수사기관에 들키지 않으려고 가상자산 등을 통해 세탁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범죄 자금에 대한 추가 수사와 함께, 지급정지(자금동결) 요청을 통해 범죄수익 회수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속한 범죄조직의 실체를 규명하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가상자산 세탁'의 법적 쟁점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국경을 넘는 이동의 용이성을 악용하여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해외로 빼돌린 전형적인 자금세탁 사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변호사들이 분석한 이들의 행위에 적용될 수 있는 주요 법적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인출책·자금세탁책은 '범죄단체 활동죄'로부터 자유로운가?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이 인출책, 모집책, 자금세탁책, 전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는 사실은 형법상 범죄단체의 성립 가능성을 높인다.
대법원 판례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형법상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역할 분담을 통해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한 이들은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활동죄로 가중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2. 252억 원 '가상자산 세탁'에 어떤 법이 적용되나?
피의자들은 단순 사기를 넘어 피해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하고 해외로 송금하는 자금세탁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 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가 성립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다.
실제로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교부받아 '테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이체해 준 사안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인정한 바 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는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을 가장하거나 은닉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자금세탁책들이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 없이 가상자산 거래를 영업으로 했다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위반죄도 추가로 성립될 수 있다.
3. 252억 원은 몰수·추징으로 환수 가능할까?
경찰이 가상자산 지갑에서 확인한 252억 원 상당의 범죄 자금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이 자금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법원은 그 가액을 계산하여 추징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잃은 돈의 환급 절차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피해금 환급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가상자산을 같은 법상 자금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환전되는 순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나 환급 절차가 직접 적용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법적 쟁점을 극복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경찰은 가상자산 거래소 압수수색, 지급정지 요청과 더불어 범죄수익이 해외 거래소로 흘러간 만큼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자금 추적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사각지대 해소 시급: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대책은?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을 통한 조직적 자금세탁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현행 법체계의 보완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이를 '자금'으로 명시하지 않아 피해금 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들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은 그 익명성과 국경을 넘는 이동의 용이성으로 인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범죄 근절을 위해 관련 법규에 가상자산을 '자금'에 포함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