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인데 벌금 300만원? 통매음 '솜방망이 처벌'은 옛말
초범인데 벌금 300만원? 통매음 '솜방망이 처벌'은 옛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통매음 초범의 질문이다. 예상의 3배에 달하는 벌금 폭탄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의 신호탄인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는 초범에게도 높은 벌금이 부과되는 등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00만원 나올 줄 알았는데…” 통매음 300만원 벌금 폭탄에 ‘전과자 위기’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초범으로 당연히 100만원 안팎의 가벼운 벌금형을 예상했던 A씨.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300만원의 구약식 명령(검사가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을 내렸다.
A씨는 “제가 받는 불이익들이 궁금합니다. 이거 일단 전과 생기는 건 맞죠?”라며 온라인 상담을 통해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질문은 ‘통매음은 가벼운 범죄’라는 안일한 인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초범이면 100만원이라더니”…날벼락 맞은 300만원 벌금
“다들 초범이면 100만원 넘기 많이 힘들다, 아마 50~100만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해서 저도 당연히 그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벌금 300만원이나 나왔어요.” A씨의 글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이 이토록 무거운 처벌을 받을 만큼 “정도가 아주 심한 건가요?”라고 되물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상의 익명성에 기댄 순간의 실수가 ‘성범죄자’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300만원짜리 벌금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엄격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벌금도 전과입니다”…변호사들의 한목소리 경고
A씨의 질문에 변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벌금도 전과’라는 점을 일제히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벌금은 100만원만 받더라도 전과가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도 “벌금형도 전과에 해당된다”고 확인하며, 가벼운 벌금이라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형사 처벌임을 분명히 했다.
변호사들의 답변은 단돈 10만원의 벌금이라도 유죄 판결의 일종이며, 인생의 꼬리표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였다.
‘성범죄 낙인’에 취업길 막히나…100만원의 벽
특히 통매음은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명백한 성범죄다. 전과기록은 단순한 오점을 넘어 사회생활의 치명적인 족쇄가 될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을 비롯한 공기업 및 이에 준하는 기관들에 취업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불이익을 설명했다.
법무법인 하신의 김정중 변호사 또한 “성범죄 전과자가 되면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기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00만원이라는 금액이 인생의 중요한 길목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벌금 폭탄'?…'불이익변경금지'의 함정
"벌금이 너무 많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최소한 벌금액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 위험한 착각이다. 많은 이들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떠올리지만, 이는 약식명령 사건에서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제457조의2)에 따르면,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했더라도 법원은 약식명령의 벌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2017년 법 개정으로 '괘씸죄' 식의 무분별한 벌금 증액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유지하되, 안일한 정식재판 청구를 막기 위해 벌금액 상향의 길은 열어둔 것이다.
다만,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등 더 무거운 종류의 형벌로 변경하는 것만 금지된다. 이것이 바로 변호사들이 정식재판 청구를 '양날의 검'이라 부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진짜 이유다.
재판 과정에서 겪어야 할 시간적·정신적 소모는 물론, 자칫하면 벌금이 되려 증액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판결문에 범행 동기나 수법이 더 구체적으로 적시될 경우, 향후 민사소송 등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처럼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 최 변호사는 “어차피 민사소송을 당하면 3백만원 전후를 손해배상해주어야 하므로 차라리 정식재판청구 후 피해자와 합의하여 벌금을 줄여보라”고 조언한다. 정식재판이라는 무대 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처벌불원서를 받는다면, 벌금 증액의 위험을 넘어 오히려 감액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끝나지 않은 싸움, ‘민사소송’이라는 또 다른 산
벌금을 낸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이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아있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합의를 안 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에 대해 “대략 500만원 이하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형사 벌금에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추가로 배상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의 질문은 한순간의 잘못이 형사, 민사를 넘나드는 기나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