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어떻게 다르고 언제 함께 성립하나
횡령과 배임, 어떻게 다르고 언제 함께 성립하나
회사 자금 유용 시 적용 죄명 혼란
법원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횡령죄와 배임죄 중 어느 죄가 적용되는지를 두고 혼란이 발생하곤 한다. 두 죄는 모두 신임관계를 배신하는 재산범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명확한 구별 기준이 존재한다.
재물이냐, 재산상 이익이냐... 핵심은 '객체'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사적으로 유용할 때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1항). 반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예컨대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인출해 사용한 경우, 이는 재물인 '돈'을 대상으로 하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2014년 이러한 사례에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한 바 있다(2014고단65 판결).
공소장 변경 없이도 죄명 변경 가능
그러나 법원은 두 죄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횡령죄와 배임죄가 신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이라도 공소장 변경 없이 횡령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9도2651 판결).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두 죄를 유사하게 취급해 유연하게 법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라며 "따라서 고소 단계에서 두 죄명을 엄격히 구분하는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죄와 만나면?... '피해자'에 따라 판단 달라져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때는 죄수 관계가 문제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해 '본인'을 기망하고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 하나의 행위가 배임죄와 사기죄를 동시에 구성하므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해당한다. 이 경우 더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받는다(대법원 2002도669 판결).
하지만 배임행위가 본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는 다르다. 두 죄가 각각 별개의 범죄로 인정돼 실체적 경합 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도10690 판결).
건물 관리인이 건물주의 임무를 위배해 임차인을 속여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사례를 보면, 건물주에 대한 업무상배임죄와 임차인에 대한 사기죄가 모두 성립하며 각 죄에 대해 따로 처벌받게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회사 자금 유용 등의 사안에서는 구체적인 행위 양태와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확한 법률 판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