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지키려 떠난다"
윤석열, 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지키려 떠난다"
오후 4시, 검찰 내부망에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 남기며 사임의 뜻 재확인
"중대범죄에서 수사는 짧고 공판은 길다" "수사와 기소 분리할 수 없다" 주관 드러내

4일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는 해당 글에서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오늘, 대검찰청의 시계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오후 2시 전격 사퇴를 선언한 윤 총장. 그로부터 1시간 뒤 청와대는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그리고 오후 4시, 윤 총장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직을 내려 놓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글 서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며 "오늘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사임의 뜻을 굳건히 한 것이다.
윤 총장은 "그간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제도는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되어 있어 한 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며 "졸속 입법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직언했다.
윤 총장은 "수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준비 활동"이라며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사실상 현 정부가 끌고 온 검찰개혁의 기조에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소추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심 공소 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결을 통해 법을 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윤 총장의 말이었다.
또한, 처음부터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검사가 치밀하게 법리를 다투는 재판 과정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지점은 검사생활 동안 '특수통'을 지냈던 윤 총장의 주관이 남긴 부분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진짜 싸움은 법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획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에서 수사는 짧고 공판은 길다"고 토로했다.
또한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되어 가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하나로 융합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시도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윤 총장은 "검찰이 그동안 수사와 재판을 통해 쌓아온 역량과 경험은 검찰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산"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인사에서 윤 총장은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직을 지킨 것은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위해서였다"며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나는 건, 검찰의 권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