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 카톡 상태메시지⋯대법원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아니다"
[단독]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 카톡 상태메시지⋯대법원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아니다"
아동복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된 학부모, 대법원서 모두 '무죄' 판결
대법원 "명예훼손죄 성립되려면 누구를 지목했는가 알아차릴 수 있어야"
![[단독]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 카톡 상태메시지⋯대법원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아니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6-04T10.57.04.427_998.jpg?q=80&s=832x832)
딸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과 명예 훼손으로 형사고소 당한 피해 학생 엄마가 대법원에 가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셔터스톡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 A씨. 지난 2017년 6월, 딸 B양과 같은 반에 다니는 C양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C양이 자신의 딸에 대해 험담을 하고 따돌리는 등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폭력 때문에 B양은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신고를 받은 해당 초등학교는 가해자로 지목된 C양에 대해 5일간 학교 출석을 정지했다. 그리고 C양의 징계를 위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소집했다. 여기서 B양에 대한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됐고, 그에 대해 '3개월간 피해 학생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등의 결정을 내려졌다.
이 결정이 내려진 후 B양의 엄마 A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학교 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이모티콘 세개를 띄워놓았다.
가해 학생 C양의 부모는 학교의 결정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부산광역시교육청에 학교 측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C양의 학교폭력이 인정된다 해도 5일간 학교 출석을 금지한 조치는 다소 과중하다"며 학교에서 B양에게 내린 처분을 기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C양의 부모는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정신적 학대)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씨가 학교폭력을 신고한 뒤 C양에게 "앞으로 내 딸(B양)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는 취지로 한 말과 행동이 C양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는 '정신적 학대'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A씨가 3개월가량 카카오톡에 '학교폭력범 접촉금지!!!!'라고 상태메시지를 남긴 것 또한 "다른 학부모들이 가입한 단체 대화방에 노출돼 C양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부산지법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항소했고,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남재현 부장판사)가 2심 재판을 맡았다.
남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A씨에게 적용된 두 혐의 중 하나는 무죄, 다른 하나는 유죄를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다. 재판부는 "A씨가 C양에게 접근해 했던 말과 행동이 C양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거나 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명예훼손 부분은 유죄로 인정하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학부모 상당수가 C양의 학교폭력과 징계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A씨가 쓴 상태 메시지 글 내용과 표현 방법 등을 비추어볼 때, A씨가 C양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2심을 맡았던 검찰 측 역시 A씨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무죄가 나온 것을 재고해달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28일, 이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는 A씨에게 적용된 아동복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상고한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2심)판결에 오류가 없다며 기각했다. 더불어 A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설정해둔 상태 메시지로는 명예훼손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았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특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적어도 특정 표현에서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되거나, 누구를 지목했는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학교 폭력범은 접촉금지!!!!' 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이모티콘으로 이뤄진 A씨의 상태 메시지는 특정인을 '학교 폭력범'으로 지칭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학교 폭력범'이라는 단어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통칭할 표현일 뿐이라는 취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