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라는 대포통장 주인, 스캠 피싱 당한 돈 받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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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해자"라는 대포통장 주인, 스캠 피싱 당한 돈 받아낼 수 있을까?

2026. 08. 11 17:3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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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는 '미제', 나 홀로 전자소송 나선 피해자…"계좌 명의자도 속았다"고 주장하면?

스캠 사기 피해자가 경찰 수사 종결 후 대포통장 명의자를 상대로 직접 소송에 나섰다. / AI 생성 이미지

지난 2월, 스캠 피싱 사기를 당한 A씨.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난 8월 수사가 더 진행되기 어렵다는 '미제 수사' 통보를 받았다.


결국 A씨는 범인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계좌의 주인, 이른바 '대포통장' 명의자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사기 조직이 이용한 사이트와 SNS 대화 내용을 모두 캡처하고 송금확인서까지 챙겨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만약 통장 주인이 "나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A씨는 자신이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경찰 수사 '미제' 통보에 직접 나섰다…혼자서 준비한 전자소송


A씨는 지난 2월경 사이트를 통한 스캠 피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범인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이에 A씨는 포기하지 않고 '나 홀로 소송'을 준비했다. 피해금이 입금된 대포통장 명의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A씨는 사기 당시의 사이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전부 캡처하고, 송금확인서와 경찰로부터 받은 수사결과 확인서까지 증거로 정리했다.


나아가 법원을 통해 통장 명의인의 은행(카카오뱅크)에 금융거래정보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신청하고, 수사를 진행했던 평택경찰서에 수사기록을 보내 달라는 문서송부촉탁도 신청했다. 소송에 필요한 준비를 대부분 마친 A씨지만, 상대방이 내놓을 예상치 못한 주장에 마음이 조마조마한 상태다.


대포통장 명의자의 "나도 피해자" 주장, 법적 책임 피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통장 명의인이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변호사들은 통장 명의자의 형사상 '고의'가 없었더라도, 민사상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즉,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지(예견 가능성)가 쟁점이 된다는 것이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대포통장 명의자라는 사실만으로 피해금 전액의 손해배상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핵심은 계좌명의자가 통장·접근매체를 넘길 당시 사기 등에 사용될 가능성을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는지"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상대가 형사처벌을 면하더라도 민사 책임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타인에게 계좌나 접근매체를 건넨 행위 자체에 최소한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다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떻게 계좌 넘겼나"…수사기록 속 '명의자 진술'이 승패 가른다


결국 소송의 승패는 통장 명의자의 '과실'과 '예견 가능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변호사들은 A씨가 신청한 '문서송부촉탁'을 통해 확보할 수사기록, 특히 통장 명의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로어스 전서현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통장 명의자가 '나 역시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의 피해자였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주장이 나오면 수사기록, 금융거래내역, 계좌 제공 경위 등을 통해 실제 과실이나 가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수사기록에서 통장주가 어떤 경위로 계좌를 넘겼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여러 계좌를 넘긴 전력이 있는지를 집중해서 확인해야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다면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고 짚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부당이득 반환'도 함께 청구해야


변호사들은 소송 전략으로 두 가지 청구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통장을 빌려준 행위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명의자 계좌에 돈이 남아 있을 경우를 대비한 '부당이득반환 청구'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최근 통장을 대여한 행위 자체가 과실에 의한 방조, 불법행위로 인정이 되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승소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어 희망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명의자가 스스로 속았다고 다툴 경우를 대비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 부당이득 반환을 두 갈래로 준비하는 것이 실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소해도 재산이 없으면 실익이 없으므로, 소송 제기와 함께 가압류를 검토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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