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누수, 섣부른 보상은 '독'이 될 수 있다
아랫집 누수, 섣부른 보상은 '독'이 될 수 있다
원인 불명 누수, 법조계 "성급한 보상은 책임 인정, 절대 금물"

아랫집 누수 원인이 불분명할 경우, 섣부른 보상은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전문 업체 두 곳도 못 찾는데..." 아랫집에 물이 샌다는 소식에 황급히 전문가를 불렀지만, 원인은 오리무중. 심지어 물을 안 써도 누수는 계속되는데 아랫집은 수리비부터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원인 모를 누수로 이웃과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법률 전문가들이 "섣부른 보상은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법원의 판례 역시 누수 원인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윗집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데도 보상해주는게 맞나요?" 억울한 윗집의 하소연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최근 아랫집의 누수 통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즉시 누수 탐지 전문업체 두 곳에 의뢰해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배관이 전부 멀쩡하여 누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업체들은 배관 누수라면 물이 계속 새야 하는데, A씨의 사례처럼 샜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 물 사용을 전면 중단했음에도 아랫집에서는 다시 누수가 발생했다.
A씨는 예방 차원에서 화장실 방수 작업까지 마쳤지만, 아랫집은 젖은 벽지를 내세우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물었다. "이렇게 누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랫집 수리 보상을 해 주는 게 맞는 건가요?"
"섣부른 보상은 책임 인정... 절대 금물" 변호사들의 만장일치 경고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에 대해 '섣부른 보상은 금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일단 누수에 대한 보상을 해 주고 나면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어, 추후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에 또다시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선의가 법적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법률사무소 송지 배성권 변호사 역시 "누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보상을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소송으로 진행되더라도 감정 등을 통해 명확한 누수의 원인이 밝혀져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섣불리 보상을 약속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법원도 "원인 불명 누수, 윗집 책임 단정 못 해"
법원의 판단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누수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기본 원칙은 피해를 주장하는 아랫집이 누수 원인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증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A씨처럼 윗집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객관적 정황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유사 사건에서 법원은 윗집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울산지방법원은 "누수 부위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아랫집 천정부위가 누수 된다는 점만으로 그 책임을 윗집 소유자에게 돌리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며 원인 불명 누수에 대한 윗집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명한 대처법은? '증거 확보' 후 '관리사무소'와 함께 풀어야
그렇다면 A씨는 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분쟁 해결에 관리 주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것을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누수 원인이 윗집이 아닐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러한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건물 구조나 공용 부분에 대한 정밀 점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누수는 윗집의 전유부분이 아닌 외벽 균열이나 공용 배관 노후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김범석 변호사도 "누수가 윗집이 아닌 공용 부분이나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웃과의 관계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부 보상을 해야 한다면, 윤영석 변호사는 "반드시 서면으로 '누수에 책임 있는지는 불명확하나 일부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