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까지 월세 내라" 코로나로 망했다는 영화관에 법원이 던진 말
"2034년까지 월세 내라" 코로나로 망했다는 영화관에 법원이 던진 말
밀린 6억도 배상해야

코로나19로 계약 해지를 요구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소송에서 패소해, 2034년까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셔터스톡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봤다며 20년짜리 장기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법원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 조치가 끝난 지 2년 가까이 지나서야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 그리고 OTT 산업의 성장 등 다른 요인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영화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최누림)는 영화관 운영사인 A사가 건물 임대인 B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지난 7월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B사가 제기한 반소(맞소송)를 받아들여 "A사는 밀린 임대료와 관리비 등 약 6억을 지급하고, 계약이 끝나는 2034년 8월까지 매달 정해진 임대료를 계속 내라"고 명령했다.
"코로나 때문에 폐업" 법정으로 간 영화관
사건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브랜드를 운영하는 A사는 서울의 한 건물을 20년이라는 파격적인 장기 조건으로 임차해 영화관을 열었다.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됐지만,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영화관은 좌석 간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상영관 내 취식 금지 등 각종 집합 제한 조치를 약 2년간 적용받았다. 관객은 급감했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A사는 2024년 2월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사정 변경으로 더는 영화관을 운영할 수 없다"며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영화관 문을 닫았다.
A사는 코로나19 법을 방패로 삼았다. 2022년 신설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 제한 조치를 3개월 이상 받아 중대한 경제사정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사는 이 법을 근거로 임대료와 관리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폐업 원인, 코로나 탓만 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재판부는 A사의 폐업이 오롯이 코로나19 탓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시점 문제가 지적됐다. 재판부는 "영화관에 대한 집합 제한 조치는 2022년 4월에 이미 종료됐다"며 "원고는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4년 2월에야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영화관은 거리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2022년 5~6월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하기도 했다.
매출 감소의 다른 원인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OTT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영화관 산업의 불황도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영화관의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미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OTT 산업의 성장이 집합 제한 조치로 인해 비로소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사가 2022년 7월부터 약 8개월간 영업을 중단하고 직영 방식으로 전환한 점 역시 매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혔다.
재판부는 A사가 주장한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관 산업의 쇠퇴나 매출 감소가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산업의 흥망은 그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영화관의 계약 해지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2034년까지 임대료를 계속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