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 표시 제한 문자 보내기,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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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표시 제한 문자 보내기,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2026. 03. 23 16:56 작성2026. 03. 24 15:42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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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숨기기는 합법

그러나 내용과 반복이 범죄를 가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자신의 번호를 노출하기는 꺼려질 때, ‘발신자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문자를 보내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발신자 정보를 숨긴 채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발신자 번호를 표시하지 않고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자의 내용, 전송 횟수, 목적 등에 따라 스토킹 범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신자 표시 제한, 그 자체로 불법인가요?

발신자 번호를 표시하지 않는 기능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이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종이며, 이용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번호를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신인 보호를 위해 발신인의 전화번호를 표시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송신인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번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발신인의 통신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이는 자신의 번호를 ‘숨기는’ 경우에 해당하며, 다른 사람의 번호나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거짓 표시(변작)’하는 것과는 명백히 다르다.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발신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고단1158 판결).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서 건 전화를 국내 번호인 것처럼 조작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어떤 경우에 범죄가 될 수 있나요?

발신자 표시 제한 기능이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스토킹 범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대표적이다.


첫째,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반복적으로 문자를 보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스토킹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부호 등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한다.


실제로 법원은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수십 차례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 스토킹 범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단30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2고단2699 판결).


발신자 번호를 숨기는 행위는 피해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스토킹 범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문자메시지를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도달’의 요건을 충족한다 (대법원 2018도14610 판결).


즉, 상대방이 읽지 않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매우 짧은 시간에 2~3회 문자를 보낸 것은 사회 통념상 일회성 행위로 보아 ‘반복적’ 행위로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례도 있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고정6672 판결), 구체적인 횟수, 시간 간격,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


셋째,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나 예비후보자가 자동 동보통신(동시에 20명을 초과하는 수신자에게 보내는 것)의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때, 선거운동 정보라는 사실과 함께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여 발신자 번호를 숨기거나 허위로 표시하여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은 '내용', '반복성', 그리고 '목적'

결론적으로 발신자 번호를 숨기고 문자를 보내는 행위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그 행위가 어떤 내용과 목적을 가지고, 얼마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한 안부 인사나 의례적인 연락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욕설, 협박, 또는 일방적인 구애의 내용을 담아 반복적으로 보낸다면 스토킹 범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은 행위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미친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나의 행동이 가벼운 장난이었다고 할지라도, 상대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다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발신자 번호를 숨기는 행위는 그 자체보다 그 행위를 통해 무엇을 하려 했는지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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