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성년자 성폭행범⋯전자발찌 20년짜리인데, 판사가 실수해 5년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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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성년자 성폭행범⋯전자발찌 20년짜리인데, 판사가 실수해 5년으로 줄었다

2020. 04. 27 19:11 작성2020. 04. 27 20:27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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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준강간⋅불법 촬영 등⋯상습 성범죄 저지른 남성

징역 7년, 그리고 전자발찌 5년 부착 명령⋯항소 과정에서 밝혀진 1심 법원의 실수

법 조항 잘못 적용했지만⋯'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더 높은 형 선고 못 해

최소 2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할 범죄자에게 법원이 고작 5년을 명령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명백한 판사의 실수였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연합뉴스

최소 2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할 범죄자에게 법원이 고작 5년을 명령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명백한 판사의 실수였다. 문제는 법적으로 이 실수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성폭행과 학대, 불법 촬영 및 성매매 알선 등을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A씨는 법원 덕분에 15년의 자유를 얻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성범죄 상습범'의 추악한 범죄들

① 모텔 손님들의 성관계 모습 몰래 촬영

A씨의 성범죄는 지난 2015년, 그가 거주하던 한 모텔에서 시작됐다. A씨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켜놓은 자신의 태블릿 PC를 미리 객실 내 테이블 위에 몰래 올려놓았다. 그리고선 객실 손님들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②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매매 알선

A씨의 범행은 대담해졌다. 범행 장소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던 회사 숙소. A씨는 가출한 미성년자 B양이 설거지와 청소 등을 하는 조건으로, 이 숙소에서 머물게 했다.


당시 B양은 경찰에 실종 아동으로 등록된 상태였다. A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갈 곳 없는 B양의 처지를 이용해 세 차례에 걸쳐 성적으로 학대하고 성폭행했다. "하지 말라"며 B양이 여러 차례 거부했지만, 그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B양을 성매매 알선에도 이용했다. A씨는 B양에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소개해 달라"며 여성을 모집하게 했다. 실제 B양은 자신의 친구 두 명에게 연락했지만,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진 않았다.


③ 술에 취해 쓰러진 여성 성폭행

A씨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며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 2018년, 그는 만취해 길에 쓰러진 C씨를 발견하고, C씨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려줬다. 이후 C씨는 한 모텔로 옮겨졌다.


이후 자신의 지인을 통해 C씨가 투숙한 모텔의 호실을 알아냈다. C씨가 혼자 있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이곳에 몰래 들어가 C씨를 성폭행했다.


1심 재판부, 징역 7년에 전자발찌 5년 선고

하지만 A씨는 자신의 행동들이 "피해자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었다"며 오히려 정당화했다.


1심을 맡은 울산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김현환 부장판사)는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유린하고, 반복적으로 성범죄를 벌인 A씨의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측도 엄벌을 탄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성범죄 처벌 전력이 없고, 회사 지인들이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7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5년을 명령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2심에서 드러난 각종 실수⋯엉뚱한 법 적용해 처벌

징역 7년형은 무겁다며, A씨가 항소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1심 법원이 A씨가 타인의 성관계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판단하면서, '엉뚱한 법령'을 적용한 것이다.


우리 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그 범죄 행위가 벌어질 당시의 법률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행위시법주의'를 따른다.


즉,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존재했던 법률로 판단해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아직 시행도 되기 전의 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12.18 시행)을 적용했다. 시행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는 법률로 판결을 내린 것이다.


2심에서 확인된 1심 법원의 실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1심 법원이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판단하며, 잘못된 조항을 적용했다. 그 결과 부착 기간이 4분의 1 토막이 됐다.


우리 법은 ①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범죄를 저지른 자는 전자발찌를 '10년 이상 30년 이하' 부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②특정범죄를 19세 미만의 사람에게 저지른 경우, 전자발찌 부착 기간은 최소한으로 정해진 기간(10년 이상)의 두 배로 늘어난다.


A씨가 이 조항에 딱 맞는 경우였다. 피해자 B씨와 C씨에게 저지른 범죄의 법정형은 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해당 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주거침입준강간)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계등 간음) 위반에 해당한다. 게다가 피해자 B씨는 ② 미성년자였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다른 조항을 잘못 적용해 '전자발찌 5년 부착'을 A씨에게 적용했다. 징역 3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일 때 적용하는 조항이었다.


항소하지 않았던 검사⋯원래보다 덜 처벌받았지만 더 처벌할 수 없다

지난해 5월 8일, 2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이와 같은 1심 재판부의 잘못을 낱낱이 드러냈다. 신동헌 부장판사는 "피고인 A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기간이 20년 이상 돼야 한다"며 재판에 실수가 있었음을 판시했다.


하지만 곧이어 A씨의 판결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을 때는 2심에서 1심 선고량보다 더 무겁게 판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를 하고, 검사는 항소하지 않으면 2심 재판부는 징역 5년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최대 5년이다.


만약 1심 재판 당시, 검사가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소했다면 제대로 된 법 조항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실수투성이 재판을 인지한 사람은 1심에서 아무도 없었다. 판사도 검사도 모두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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