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아내 방치하고 테니스장 간 남편... '유기죄'만 인정받아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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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아내 방치하고 테니스장 간 남편... '유기죄'만 인정받아 집행유예

2025. 05. 15 21:52 작성
박국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gg.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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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전력 있던 60대, 화장실 바닥서 쓰러진 아내 발견하고도 외출... 법원 "인과관계 불명확" 판단에 유족 반발

기사 내용을 참조해 생성형 인공지능 툴로 만든 참고 이미지.

화장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테니스를 치러 간 6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A씨(64)는 지난해 5월 9일, 인천시 강화군 자택 화장실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내 B씨(50대)를 발견했다. 당시 그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른 상태였다. A 씨는 아내를 도우려 하지 않고, 쓰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그대로 집을 나섰다. 아내는 의붓딸의 신고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한 적이 있어서, 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냥 뒀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가 세 차례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내가 매번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은 종결됐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유기치상 혐의 중 유기죄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유기와 아내의 뇌사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2022나3238 판례에 따르면, 유기행위와 결과(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유기치사죄 성립의 핵심 요건이다. 이 판례에서는 택시 운전사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차량으로 역과한 후 아무런 조치 없이 유기한 사건에서, 원심은 유기치사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유기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기치사죄가 아닌 유기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외출한 점은 매우 무겁게 봐야 한다"며 "피해자 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경찰로부터 '피해자에게 손대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던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배우자 간 보호의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20나2026698 판례는 배우자 간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보호의무와 그 위반 시 법적 책임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다. 특히 배우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와 적절한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 씨의 행위는 명백한 유기죄에 해당한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배우자를 발견하고도 구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방치했다. 특히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를 인지하고도 테니스를 치러 간 행위는 유기의 고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정폭력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적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는 A 씨가 아내의 상태를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방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피해자 자녀들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A 씨는 아내가 위급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며 "가정폭력 처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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