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여성 찍고 바로 삭제 '카촬죄' 전과자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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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여성 찍고 바로 삭제 '카촬죄' 전과자 될까요?

2025. 09. 17 22:4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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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들 "성적 의도 없었다면 범죄 아냐 사진 삭제, 증거인멸죄 성립 안 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순간 당황해서 바로 삭제했는데, 신고당하면 증거인멸로 의심받지 않을까요?"


평범한 아침, 산책길에서 풍경 사진 한 장을 찍으려던 시민 A씨의 하루는 순식간에 걱정 가득한 하루로 전락했다.


의도치 않게 행인이 찍힌 사진 한 장 때문에 자신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카촬죄)'라는 성범죄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것이다.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A씨는 아침 산책 중 마음에 드는 도로 풍경을 발견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 한 여성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결과물을 확인한 A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진에는 도로가 아닌, 일상복 차림의 여성이 찍혀 있었다. A씨는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사진을 삭제했다.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지만,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만약 그 여성이 불쾌하게 여겨 신고한다면? 실수로 찍었다고 한들 누가 믿어줄까? 서둘러 사진을 지운 행동이 오히려 범죄를 숨기려 한 증거인멸 행위로 비치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A씨는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찰나의 실수, '성범죄' 낙인 찍힐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카촬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카촬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했을 때 성립한다.


A씨의 사례처럼 풍경을 찍으려다 우연히, 그것도 특별한 노출이 없는 일상복 차림의 행인이 찍힌 경우는 이 핵심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의 김대희 변호사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닌, 길거리를 촬영하던 중 우연히 담긴 사진이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실수로 지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면 처벌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상황이 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는 "의복이 몸에 밀착해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A씨가 도로 사진을 찍으려다 실수로 행인이 찍힌 것이라면 촬영의 '고의'가 부정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의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범죄 성립의 관건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했는가'에 달린 셈이다.


사진 지운 게 '증거인멸'? 오히려 '실수'의 증거

A씨를 옥죈 또 다른 공포는 '증거인멸' 혐의였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억울한데,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형법 제155조의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앴을 때 성립한다. 즉, 자기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증거인멸죄는 수사나 재판이 개시된 상태에서 성립하는데, 아직 사건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당황해 지운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오히려 법률사무소 신임의 박교현 변호사는 "사진 촬영 직후 여성의 항의 등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지운 것이라면, 거꾸로 실수로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도 있다"는 역발상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 '디지털 포렌식' 수사 가능성은 '희박'

그렇다면 삭제된 사진을 복원하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을까. A씨는 혹시 모를 강제 수사에 대한 불안감도 떨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신고나 고소가 없는 한 수사기관이 임의로 포렌식을 진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범죄 혐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동원해 개인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명분과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촬영 내용이 아니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설령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촬영 경위를 명확히 소명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실제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해프닝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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