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피해자의 항의, 어째서 주거침입이 됐나
소음 피해자의 항의, 어째서 주거침입이 됐나
새벽 3시 열린 대문 안 노크…'정당한 항의'와 '평온 침해' 사이

한 남성이 1년 넘게 이어진 이웃의 '소음 테러'에 항의하러 새벽 3시에 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 AI 생성 이미지
1년 넘게 이어진 이웃의 '소음 테러'에 항의하러 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항상 열려 있던 대문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노크한 행위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죄를 다툴 수 있다'는 의견과 '기소유예가 현실적 목표'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년의 소음 지옥, 결국 옆집으로 향하다
사건의 발단은 1년 넘게 이어진 소음이었다. A씨는 이웃집 여성이 매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자신의 집을 향해 창문을 쾅쾅 내리치는 통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웃 주민 중에는 이로 인해 이명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A씨는 수없이 112에 신고하고 여성을 직접 고소했지만, 여성은 경찰의 출석 요구조차 무시해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이 돌아가면 보복성 소음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사건 당일 새벽 3시, 또다시 시작된 굉음에 결국 A씨는 직접 항의하기 위해 옆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활짝 열려 있던 대문을 지나 현관문을 노크한 것이 전부였지만, 이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면서 그는 주거침입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되는 신세가 됐다.
"고의 없었다" vs "새벽 3시는 평온 침해"
A씨의 행위는 유죄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무죄'를 다퉈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김일권 변호사는 "의뢰인이 주거침입에 대한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허은석 변호사 역시 "대문이 늘 열려 있었고, 비밀번호나 잠금장치도 없었으며, 안으로 들어간 이유도 상대방을 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장기간 반복된 새벽 소음에 항의하고 중단을 요청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이 방어 포인트가 됩니다"라며 A씨의 행위 목적에 주목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A씨가 찾아간 '시간'이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비록 항의를 위한 목적이었고 노크만 하셨다 하더라도, 발생 시간이 새벽 3시라는 점은 객관적으로 타인의 주거 평온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로 평가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 이철호 변호사도 "상대방에 정당하게 항의할 사유가 있더라도 심야에 타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달리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라며 불리한 요소임을 지적했다.
핵심 쟁점 '주거의 평온', 법원은 어떻게 보나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핵심은 주거침입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핵심은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방식으로 들어갔는지’입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넘어,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평온을 깼는지를 본다는 의미다.
이철호 변호사는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의 '노크'라는 행위가 심야 시간대와 맞물려 '평온을 해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무리한 무죄 주장보다 '기소유예'가 현실적 목표?
이미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무작정 무죄만 주장하기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철 변호사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로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를 제시했다. 그는 "이 사건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무리한 무죄 다툼보다는, 1년 이상 누적된 112 신고 내역과 이웃들의 피해 진술 등 참작 사유를 검찰에 적극적으로 제출하여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이 행위가 은밀한 침입이 아닌 현실적 피해에 대한 항의였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오랜 소음 피해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