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하자 임대인 수리 의무 범위…안 고쳐줄 때 대응 3단계
누수 하자 임대인 수리 의무 범위…안 고쳐줄 때 대응 3단계
곰팡이는 번지는데 임대인은 "네가 쓰다 그랬지"
큰 수선은 임차인 부담 특약 있어도 임대인 몫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누수 하자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고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계약 존속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운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파손만 임차인 부담이라고 정리했다.
원룸에 사는 A씨는 8월 장마 뒤 안방 벽지가 젖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임대인은 "환기를 안 해서 생긴 결로"라고 답했다.
위층 배관인지 외벽 균열인지 원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곰팡이는 옷장 뒤까지 번졌다. A씨는 자기 돈으로 먼저 고쳐도 되는지, 월세에서 빼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2024년 10월 공개한 하자 판정 결과를 보면, 2024년 1~8월 하자분쟁 접수는 3,119건, 처리는 3,5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같은 기간 하자로 인정된 유형에서는 결로가 8.4%, 누수가 7.8%로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공동주택 분양 하자를 다룬 통계지만, 젖은 벽을 두고 결로냐 누수냐가 쟁점이 되는 사건이 그만큼 흔하다는 뜻이다.
누수 하자 임대인 수리 의무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기준은 "그대로 두면 계약 목적대로 살 수 없는 상태인가"다.
대법원은 94다34692 판결에서 파손이나 장해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정도의 사소한 것이면 임대인은 수선 의무를 지지 않지만, 고치지 않으면 계약에서 정한 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선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다.
외벽 균열, 배관 파손, 방수층 손상처럼 구조에 닿는 누수는 임대인 쪽에 책임이 있다.
"수리는 임차인 부담" 특약 있으면 끝인가
그렇지 않다. 94다34692 판결은 수선 의무를 특약으로 임차인에게 넘길 수는 있지만, 범위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임차인 부담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 수선 등 소규모 수선에 한정된다고 봤다.
대파손 수리, 건물 주요 구성부분 대수선, 기본적 설비 부분 교체 같은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 몫이다. "시설 수리는 임차인이 한다"는 한 줄이 있어도 방수·배관 공사까지 넘어가지는 않는다.
원인 불명 누수, 무엇부터 해야 하나
통지가 먼저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 수리를 요하는 때 임차인이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정한다. 원인을 몰라도 통지 의무는 생긴다.
임대인이 "세입자 과실"이라 맞설 때도 출발점은 같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 94다34692 판결이 세운 기준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정도"인지 여부다.
사소한 파손인지 구조적 하자인지를 이 기준에 맞춰 보여주는 자료가 현장 조사 결과와 수리 견적서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2024년 1~8월 하자 판정 결과에서도 결로 8.4%와 누수 7.8%가 상위 유형에 함께 올라 있어, 원인을 가리는 자료 없이 책임을 나누기는 어렵다. 원인 조사를 요청한 기록까지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자비로 먼저 고친 뒤 비용을 청구하려면
민법 제626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차물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의 유익비는 임대차 종료 시 가액 증가가 남아 있는 범위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 방수·배관 수리는 통상 필요비 쪽이다. 청구 전에 남길 자료는 3가지다.
- 수리 전 통지: 하자 내용과 수리 요청 취지가 담긴 문자·메일
- 하자 상태: 촬영 날짜가 확인되는 사진·영상, 원인 조사 결과서
- 금액 근거: 업체 견적서 2곳 이상과 시공 내역서·영수증
월세에서 빼도 되나…감액청구와 상계 한도
차임 감액청구는 법에 근거가 있다. 민법 제627조 제1항은 임차물 일부가 임차인 과실 없이 멸실 등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면 그 부분 비율에 따른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감액 폭을 임차인이 스스로 정해 월세를 덜 내는 방식은 위험하다. 필요비 상환채권과 차임채무를 상계하려면 금액과 근거가 서 있어야 하고, 임대인이 연체로 보고 해지·명도 절차로 대응할 여지가 남는다.
안 고쳐줄 때 대응 3단계
1. 내용증명 발송
하자 내용, 민법 제623조 근거, 수선 기한을 적어 보낸다. 통지 시점 증거가 된다.
2.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호는 "임차주택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을 조정 대상으로 명시한다. 제23조 제1항은 신청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정을 마치도록 하고, 부득이하면 의결을 거쳐 30일 범위에서 연장된다.
조정안을 통지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수락 의사를 서면으로 밝히지 않으면 거부로 본다.
과거에는 임대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신청이 각하되었으나, 2020년 법 개정으로 현재는 임대인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된다.
3. 소액소송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는 소송목적의 값 3,000만원을 넘지 않는 금전 지급 청구를 소액사건으로 정한다.
조정에는 수수료가 든다. 시행령 제33조는 신청인이 수수료를 내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인·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면제될 수 있다고 정한다.
살기 어려운 수준이면 계약을 끝낼 수도 있다
민법 제627조 제2항은 남은 부분으로 임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누수로 방 하나를 아예 쓸 수 없다면 검토 대상이 된다.
누수 하자 임대인 수리 의무, 자주 나오는 질문
Q1. 누수 원인을 못 찾으면 수리비는 누가 부담하나?
A.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민법 제623조가 임대인에게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 의무를 지우고 있어, 임차인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파손이 아니라면 수선 요구는 임대인을 향한다(대법원 94다34692). 원인 조사 요청과 통지 기록이 실무상 출발점이다.
Q2.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고 먼저 고쳐도 되나?
A. 민법 제634조는 수리를 요하는 때 지체 없이 통지하라고 정한다. 통지 없이 시공하면 필요비 상환청구 단계에서 금액과 필요성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응급 조치를 했더라도 사진과 견적서는 함께 남겨야 한다.
Q3. 조정을 신청했는데 임대인이 응하지 않으면?
A.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임대인이 거부하면 조정 신청이 각하되는 맹점이 있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현재는 '자동개시 제도'가 도입되었다.
따라서 세입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임대인 참여 의사와 상관없이 지체 없이 조정절차가 시작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마련된 조정안을 임대인이 끝내 수락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민사 소송(소액사건심판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Q4. 곰팡이 때문에 계약을 중간에 끝낼 수 있나?
A. 민법 제627조 제2항은 남은 부분으로 임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임차인의 해지권을 인정한다. 방 일부를 아예 쓸 수 없는 정도인지, 감액청구로 조정할 수준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