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해준다더니… 4년째 ‘유령 모델’ 된 내 얼굴, 되찾을 수 있나요?”
“할인해준다더니… 4년째 ‘유령 모델’ 된 내 얼굴, 되찾을 수 있나요?”
동의 범위 넘은 미용실 사진 무단 도용, 초상권 침해 ‘명백’… 전문가들 “내용증명으로 삭제·배상 요구 우선”

4년전 요금을 할인해 준다는 말에 가볍게 동의 했던 한 장의 사진 때문에 A씨는 미용실 온라인의 '유령 모델'이 되어 있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4년 전 'OK' 한 사진 한 장, 내 얼굴이 온 동네 미용실에…'유령 모델'의 반격
4년 만에 우연히 마주한 자신의 얼굴은, 낯선 미용실의 온라인 홍보물이 되어 있었다. 할인해준다는 말에 가볍게 동의했던 단 한 장의 사진. 이제 그 사진은 얼굴도 모르는 미용사들의 SNS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떠돌며 A씨를 ‘유령 모델’로 만들었다. 4년간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 번 동의하면 영원히 써도 되나?”… 동의의 ‘범위’와 ‘기간’이 쟁점
A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초상권은 자신의 얼굴 등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최초 동의가 있었더라도, 동의의 범위를 벗어나 여러 사람과 지점이 수년간 사용했다면 명백한 민사상 초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시술 담당 미용사의 인스타그램’이라는 한정된 범위에만 동의했지만, 실제 사용은 이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사용 기간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대법원은 사진 사용 기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다219116 판결). 4~5년이라는 기간은 통상적인 미용실 홍보 목적을 위한 ‘상당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여지가 크다.
소송 없이 끝낸다, ‘내용증명’ 한 장의 힘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소송에 앞서 ‘내용증명’ 발송을 첫 단계로 추천했다. 내용증명은 개인이나 법인 명의로 상대방에게 특정 내용을 알리는 공식적인 우편 통지 방법이다.
법률사무소 구도의 김종철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사진 삭제와 재사용 금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초상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합의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단계에서 미용실 측이 요구에 응하면 소송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미용실이 내용증명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삭제하지 않거나 합의를 거부한다면, 그때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소송에 앞서 A씨의 사진이 사용된 모든 SNS 게시물과 웹사이트 화면을 캡처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얼굴 값, 얼마인가?”… 손해배상액의 모든 것
가장 현실적인 궁금증은 보상 규모다. 법조계에 따르면 초상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는 통상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침해 기간, 사진의 노출 범위, 상업적 이용 정도, 정신적 고통의 크기에 따라 금액은 달라진다.
법무법인 심앤이의 정지안 변호사는 “소송 전 합의 시 실무상 몇백만 원 수준에서 합의금이 책정된다”며 중요한 조언을 덧붙였다. “합의서에는 단순히 돈을 받는 것 외에, 모든 사진의 완전한 삭제, 제3자에게 사진 제공 금지, 이를 위반할 경우 추가 배상을 한다는 조항 등 재발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4년이 넘는 장기간 동안 여러 지점과 다수의 온라인 공간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된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면, 법원에서 통상적인 기준보다 높은 위자료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더 이상 ‘유령 모델’로 살기를 거부했다. 그의 법적 대응은 단순히 금전 보상을 넘어, 온라인에 떠도는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디지털 초상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선언하는 싸움이다. “내 사진을 당장 지우라”는 그의 단호한 요구는, 가벼운 동의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