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산분할 1억, 위자료 3천만 원... 차액만 지급?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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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재산분할 1억, 위자료 3천만 원... 차액만 지급? 큰 코 다친다

2025. 10. 30 12: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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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고받을 돈, 합의 없으면 각자 집행해야"... 불법행위 책임 있는 쪽의 상계 주장, 민법상 금지

이혼 후 재산분할과 위자료 채무를 상계하는 것은 양측의 합의가 필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 판결 후 남은 복잡한 돈 문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알아본다.


전쟁 같은 이혼이 끝났다. 법원은 A에게 "전 배우자 B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동시에 "B는 A에게 재산분할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의 머릿속에 간단한 계산이 스친다. '받을 돈 1억 원에서 줄 돈 3,000만 원을 빼고 7,000만 원만 받으면 되겠네.'


과연 이 계산은 법적으로 유효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A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받을 돈 1억, 줄 돈 3천만 원... '퉁' 치면 안 되나요?


이혼 판결문에 찍힌 두 개의 채권, 즉 A가 받을 재산분할금 1억 원과 지급해야 할 위자료 3,000만 원. 이를 서로 계산해서 차액만 주고받는 것을 법률 용어로 '상계(相計)'라고 한다. 여러 변호사들은 실무상 편의를 위해 양측이 합의하면 상계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볼 때 상호 합의로 상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쪽이 상계를 원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법무법인 숭인 임은지 변호사는 "한쪽이 원하지 않으시면 원칙대로 각각 주고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싫다, 각자 계산하자"고 나오면 A는 꼼짝없이 3,000만 원을 보내고, 별도로 1억 원을 받아내야 하는 복잡한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잘못한 사람이 '상계하자' 주장 못 하는 이유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A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불법행위자'라는 점이다. 이혼에서 위자료는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 즉 '고의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성격을 갖는다. 우리 민법 제496조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잘못을 저질러 손해를 입힌 사람(채무자)이 피해자에게 돈을 갚아야 할 때, "나도 너한테 받을 돈 있으니 퉁치자"고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도록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항이다. 따라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A는 자신이 받을 재산분할 채권으로 위자료 채무를 상계하자고 주장할 법적 권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각자 갈 길 가는 채권... 압류와 맞압류의 시작


상계 합의가 불발되면 어떻게 될까. A와 B는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 수 있다. A는 1억 원의 재산분할금을 받기 위해 B의 재산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B 역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받기 위해 A의 월급 통장이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여기서 A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B가 내 재산을 압류하려 할 때, 나도 B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압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또한 어렵다. 임은지 변호사는 "위자료 채권으로 재산분할 압류를 해제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채권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양측은 서로의 재산을 묶기 위한 별개의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그야말로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억울한 압류, '청구이의의 소'로 다툴 수 있다


만약 압류 절차에서 다툴 점이 있다면 '청구이의의 소'라는 최후의 카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판결문에 기재된 채권의 존재나 범위에 이의가 있을 때 제기하는 소송이다. 예를 들어, 이미 돈을 일부 갚았는데도 상대방이 전체 금액에 대해 압류를 걸어왔을 때 압류 금액이 부당하다고 다투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계하고 싶다'거나 '각자 주고받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단순히 상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혼 판결 이후의 금전 관계는 '편의'가 아닌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복잡한 감정이 얽힌 이혼의 끝에서, 돈 문제만큼은 냉정한 법의 잣대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섣부른 '퉁치기' 시도는 더 큰 법적 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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