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소대장 성추행 미수 2심 무죄 뒤집은 대법원…“피해자 진술 함부로 배척 말라”
잠든 소대장 성추행 미수 2심 무죄 뒤집은 대법원…“피해자 진술 함부로 배척 말라”
대법원 "신빙성, 명백한 근거 없이 뒤집어선 안 돼" 지적

대법원 /연합뉴스
부대 회식 중 잠든 소대장을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대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인정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항소심이 명백한 근거 없이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부대 회식 후 펜션에서 벌어진 일
사건은 지난 2022년 4월 30일 새벽, 강원도 춘천의 한 펜션에서 발생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A씨와 소대장이었던 B씨는 부대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B씨가 취기로 인해 방 안에 누워있자,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착각했다.
이후 A씨는 B씨의 옆에 누워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바지 위와 사타구니 부근을 만지고,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등 추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 인정한 1심, 무죄로 뒤집은 2심
1심 재판부인 제3지역군사법원은 B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A씨가 보낸 사과 편지 내용과도 부합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추행 직후 다른 부대원이 방에 들어온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사건 당시의 기억이 정확한지 의문이라고 봤다.
또한 부대원들이 B씨를 침대로 옮기는 과정이나 잠을 깨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 접촉을 의도적인 추행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작성한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나지만 못된 짓을 저질러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 편지에 대해서도, 직속 상관인 소속 대대장의 권유에 따라 형사 처벌 등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본심과 다르게 작성했을 동기가 충분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핵심 피해 진술 구체적…1심 판단 존중해야"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의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1심이 인정한 진술의 신빙성을 항소심이 특별한 사정 없이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수사기관부터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힘든 세밀한 정보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진술한 접촉 부위와 추행 방식은 단순히 사람을 옮기거나 깨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접촉과는 명확히 구별된다고 보았다.
또한 A씨의 사과 편지에 담긴 진정성도 인정했다.
편지에는 "술을 먹고 너에게 정말 못된 짓을 저질렀구나", "악몽을 만들어주었구나"와 같이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 단순히 대대장의 권유로 피해자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썼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군대 내 지위와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건 발생 후 약 한 달이 지나서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경위도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