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혀 절단' 정당방위 사건, 이번에도 재심청구 기각…법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56년 전 '혀 절단' 정당방위 사건, 이번에도 재심청구 기각…법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성폭행 저항하다 가해자 혀 깨물었는데⋯정당방위 인정받지 못하고 유죄
56년 뒤,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해달라" 재심청구⋯법원은 두 차례 모두 기각
형사소송법상 사유 있어야 가능한 재심, 진범 자백 등 '새롭고 명확한 증거' 있어야

56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기 위해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도리어 형사처벌을 받은 최말자(75) 씨. 그런 최씨가 최근 재심청구를 했는데, 법원은 "억울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가 가장 원하는 재심청구만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56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기 위해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던 최말자(75) 씨. 피해자였던 최씨는 이 일로 되려 중상해죄 처벌을 받아야 했다. 세월이 흘러 최근 우리 법원은 최씨와 같은 상황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추세다.
하지만 최씨가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청구한 재심에 대해선 어떤 법원도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최씨의 첫 재심청구를 기각했던 부산지법은 "청구인(최씨)이 반세기가 흐른 후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성평등의 가치를 선언해 달라고 법정에 섰다"며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법에 이어 재심 여부를 검토한 부산고법 역시 최씨의 재심청구를 끝내 기각했다. 이러한 사실은 17일 한국여성의전화의 발표에 따라 알려졌는데, 왜 법원은 "최씨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가 가장 원하는 재심청구만은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
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는 절차다. 판결 등에 중대한 흠이 있을 때 청구할 수 있는 비상 구제 수단이라는 점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지는 건 극히 드물다. 우리 형사소송법(제420조)은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어야만 재심이 진행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① 원판결의 증거물이 위조⋅변조된 것이 증명된 때
② 원판결의 증언, 감정, 통역 등이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③ 무고로 인한 유죄라는 게 증명된 때
④ 증거가 된 재판이 변경된 때
⑤ 명백한 증거가 새롭게 발견된 때
⑥ 저작권⋅특허권 등 권리에 대한 무효 판결이 확정된 때
⑦ 수사에 관여한 검사, 경찰 등이 직무 관련 죄를 저지른 게 증명된 때
법원은 최씨가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먼저, 최씨 측은 "56년 전, 정당방위에 대한 법률 해석이 잘못돼 중상해죄 혐의를 벗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재심은 확정판결 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 하는 것이지 법률의 해석과 적용이 잘못됐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러 기록상 가해자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아 중상해죄의 성립에 문제가 있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허위진술 강요 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재판부 모두 "이를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결정에 대해 최씨 측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항고장을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재심이 이뤄진 경우를 보면 증거가 명백하게 새롭게 나타난 경우였다.
대표적으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 있다. 목격자에 불과했으나, 당시 살인범으로 몰렸던 A씨는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당시 법원은 진범의 새로운 진술 등이 '새롭고 명백한 증거(⑤)'이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감금과 가혹행위(⑦) 등을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3명 역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도 진범 중 한 명이 "내가 범인"이라고 양심 고백을 하면서 재심이 이뤄졌다. 법원은 이를 '새롭고 명백한 증거(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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