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동나자 지퍼백으로 공수해 와 손글씨로 '쓱쓱'…"법적 근거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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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동나자 지퍼백으로 공수해 와 손글씨로 '쓱쓱'…"법적 근거 전혀 없다"

2026. 06. 05 10:2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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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용지에 당일 손글씨로 적은 일련번호

'소쿠리 투표' 이어 또 불거진 주먹구구식 대처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조치한 뒤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권자 절반의 투표용지만 인쇄하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지침이 헌정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돌려막기' 사태를 낳으면서 대규모 선거 무효 소송의 불씨가 되고 있다.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임찬종 SBS 법조전문기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위헌 및 선거 무효 소송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법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표용지 50%만 찍어낸 선관위… 형사는 피해도 민사는 남는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해, 각 지방선관위에 본투표 용지를 선거인 수의 50~55% 수준만 인쇄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송파구, 광진구 등 곳곳에서 투표용지가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임 기자는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선거를 의도적으로 망치려는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등 형사 처벌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참정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 기자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참정권이 침해받은 건 분명한 사실이므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헌법재판소 위헌확인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퍼백에 담긴 수기 투표용지…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더 큰 문제는 부족해진 투표용지를 당일에 급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선관위가 인근 투표소에서 남는 예비 용지를 지퍼백 등에 담아 공수해 온 뒤, 일련번호를 직접 손으로 적어 유권자들에게 배부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공직선거법 제150조 1항은 "투표용지는 선거일 전일까지 읍·면·동 선관위에 송부해 봉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투표 당일에 다른 곳에서 임의로 용지를 가져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동법 제150조 10항은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를 인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비 용지에 당일 손글씨로 일련번호를 적어 배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임 기자는 "법에 투표용지 제작과 봉함 절차를 명기한 것은 단순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투표용지 사전 제작과 보안이 공정 선거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베를린 '재선거' 전례… 초박빙 기초의원 선거 뒤집힐까


이러한 위법적 대처는 향후 선거 소송에서 치명적인 뇌관이 될 수 있다.


임 기자는 "수기로 작성된 투표용지가 위법한 절차로 인정된다면,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의 기본권 침해뿐만 아니라 해당 용지로 기표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독일 베를린 선거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해 복사본을 나눠줬다가, 결국 해당 지역구의 총선 및 시·구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전례가 있다.


우리 공직선거법 제198조 역시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못 한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재투표를 하도록 규정한다.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진 광역단체장(서울시장 등) 선거는 당락이 뒤집히기 어렵겠지만, 불과 수십 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기초의원(구의원) 선거에서는 낙선자들의 선거 무효 소송과 재투표 요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무소불위 선관위, 견제는 어떻게?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선관위를 강제 조사하거나 견제할 마땅한 수단은 부재한 상황이다.


선관위는 과거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과 2023년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하면서 외부 감사는 무산됐다.


임 기자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견제와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선관위에 대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시 제도 도입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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