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월급이 증발했다"…법정관리 회사, '통장 묶였다' 변명에 직원들 피눈물
"어느 날 월급이 증발했다"…법정관리 회사, '통장 묶였다' 변명에 직원들 피눈물
두 달째 월급 0원, 퇴직금도 '감감무소식'…회사가 못 주는 돈, 나라에서 대신 받아내는 '체당금' 제도 A to Z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가 통장 가압류를 핑계로 임금을 체불했지만, 임금은 우선 변제 대상인 '공익채권'이므로 이는 위법이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광고대행사 직원은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맞아야 했다.
지난해 9월 회사가 법원에 회생신청서를 낸 뒤, 두 달 치 월급이 그대로 증발했다. 회사는 "통장에 가압류가 걸려 임금을 줄 수 없다"는 공지만 띄웠다. 먼저 회사를 나간 동료들마저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에, 남은 직원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법 위에 잠자는 월급? '공익채권'은 회생 절차도 뚫는다
하지만 회사의 변명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변호사들은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이 법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보호받는 '공익채권'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익채권이란,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기업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 다른 빚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채권을 말한다.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임금채권이 대표적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는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내세운 '통장 가압류'나 '포괄적 금지명령'은 일반 채권자들의 빚 독촉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직원 월급을 주지 않을 합법적인 방패가 될 수 없다.
법무법인 랜드마크의 남은현 변호사는 "기업회생 개시 전 발생한 임금 체불에 대해 회사가 지급을 지연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로서 당당히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겠다더니…'월급 지급 허가' 셀프 취하, 무슨 속셈인가
절망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보이는 듯했다. 회사가 법원에 '직원급여 지급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곧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회사가 며칠 만에 이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다.
홍현필 변호사는 이를 두고 "임금 지급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부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회사의 자금 사정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 법원의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지급할 돈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더든든 법률사무소의 추은혜 변호사 역시 "급여 지급 허가신청 취하는 현재 자금 부족으로 급여 지급이 어렵다는 회사의 실토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월급을 주려던 최소한의 시도마저 포기한 회사의 모습에 직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회사가 못 주면 나라가 준다, 마지막 희망 '체당금' 신청법
회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 전문가들은 최후의 보루로 '체당금(대지급금) 제도'를 꼽았다. 이는 회사를 대신해 국가가 근로자에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국가가 회사를 상대로 그 돈을 받아내는(구상권 행사) 제도다.
김경태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에 체당금 신청을 하면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체불임금을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다"며 임금채권보장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추은혜 변호사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관할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해 '체불임금등사업주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입니다. 이후 이 서류를 가지고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을 신청하면 됩니다." 회사의 선의를 기대하기보다, 법과 제도가 마련한 안전장치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