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서 찢어진 아이 이마, "보험처리만 해주면 되죠?" 원장의 말에 부모는 무너졌다
유치원서 찢어진 아이 이마, "보험처리만 해주면 되죠?" 원장의 말에 부모는 무너졌다
하원길에 아이가 다쳤지만 사고 경위 설명은커녕 CCTV 공개조차 거부하는 유치원. 흉터가 남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진실을 요구하는 부모의 분노와 법적 대응 방안을 취재했다.

유치원에서 아이가 얼굴에 깊은 흉터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유치원은 말을 바꾸고 CCTV 공개를 거부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유치원 사고로 아이 얼굴에 깊은 흉터가 남았지만, 진실을 감추려는 듯한 유치원의 태도가 더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난 9월, 한 부모는 유치원으로부터 아이가 다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하원 준비 중 책상에 부딪혔다는 설명과 달리,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마주한 아이의 이마에는 살점이 떨어져 나간 깊은 상처가 선명했다.
"졸려서 그랬다"더니… 계속 바뀌는 유치원의 말
사건 초기 유치원의 설명은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아이가 졸고 있어서 선생님이 잠도 깰 겸 머리를 묶어주려다 책상에 부딪혔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가 CCTV 확인을 요구하자, 아이는 졸지 않고 멀쩡히 걸어 나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는 지금도 "친구가 발을 걸어 넘어졌고, 바닥에 있던 블록에 박았다"고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의 대처는 상처를 더욱 덧나게 했다. 응급처치는 소독도 없이 휴지로 피를 닦은 것이 전부였고, 원장이 추천한 병원에서는 치료조차 못 해 결국 대학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심지어 원장은 봉합수술을 마친 아이의 상처를 보며 "상처를 잘못 꿰맨 것 아니냐"는 말까지 던졌다. 부모는 "어떻게 다쳤는지 알고 싶을 뿐인데, 유치원은 반복된 말만 하며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CCTV 굳게 닫은 유치원
사고의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단서인 CCTV. 하지만 유치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방패 삼아 영상 확인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유치원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김전수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피해자로서 자신과 관련된 부분의 CCTV를 열람할 수 있다"며 "만약 타인의 정보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관리자는 타인 정보를 가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피해 부분에 대한 CCTV는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유치원의 CCTV 열람 거부는 법적 근거가 희박하며, 오히려 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에 남은 흉터, '업무상 과실치상' 처벌 가능할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형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진다. 법원은 유치원생의 경우, 등원부터 안전한 귀가 상태에 이르기까지 교사가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의무를 진다고 본다(대법원 96다19833 판결).
한 변호사는 "좁은 공간에서 아이를 이동시키고, 주변 위험요소(블록)를 제거하지 않은 선생님의 부주의는 유치원의 관리 책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부적절한 응급처치 역시 과실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과 대신 보험 처리만…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길
유치원이 성의 있는 사과나 진상 규명 없이 보험 처리만 고집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조언한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치료비 외에도 향후 흉터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록, 상처 사진, 유치원과의 대화 녹취 등 증거를 꼼꼼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안병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인도)는 "CCTV 열람을 계속 거부한다면 아동학대나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해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