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명의를 도용해 대출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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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 명의를 도용해 대출 받았어요”

2019. 09. 24 16:4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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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상도례 적용, 사기죄 고소 불가

공인인증서 명의 도용은 사전자기록위작죄

부모가 자녀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았어도 친족상도례 규정은 부모에 대한 사기죄 처벌을 면제하고 있다. /연합뉴스(CG)

A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20살이 되자마자 집에서 쫓겨났다. 부모는 A씨를 집에서 내보낼 때 그가 쓰던 노트북도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뒤 A씨는 부모가 노트북에 들어 있던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대부업체에서 6000만원 대출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이름으로 휴대전화도 개통해 소액결제 물품 구매를 한 뒤 대금을 내지 않아, A씨가 갚아야 했다. A씨는 이런 경우 부모를 고소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물어보니 된다는 사람도 있고, 친족상도례라는 법을 적용하면 고소 자체가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변호사 도움을 구했다.
B씨의 형이 전화로 B씨를 사칭해 보험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B씨의 이름 생년월일 통장 등을 이용했고, 이에 대한 녹취가 있다. B씨는 ‘사문서위조’, ‘신용정보 관련 법률 위반’ 등 사기죄가 아닌 다른 혐의를 들어 형을 고소했다. 그런데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한 내용을 보니 죄명이 ‘사기죄’로 돼 있었다. B씨는 “채무부존재 소송 때문에 반드시 형이 처벌받기를 원하는데, 사기죄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경찰이 왜 마음대로 죄명을 바꿨는지 모르겠는데, 이 상황에서 어찌해야 모르겠다”고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8촌내 혈족이나 4촌내 인척⋅배우자간에 발생한 절도죄·사기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친족간 재산범죄의 특례’ 제도다.

“가족의 평화을 위해 법은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지 않는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족의 화평을 위해 친족간의 일에는 국가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 내부에서 해결토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법은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에 뿌리를 둔 조항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헌법에 따른 재산권보호와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다. 사기죄나 횡령죄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됨에 따라 작심하고 이를 악용할 경우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인도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 조항이 정당한 처벌조차 불가능하도록 하는 불합리를 낳는다. 이로 인해 현행 친족상도례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이 제기된다.


여기서 친족은 민법 777조에 규정하고 있는 ① 8촌 이내의 혈족 ② 4촌 이내의 인척 ③ 배우자를 의미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먼 친족 관계인 경우는 친고죄로 하고, 가까운 친족 관계인 경우는 아예 형 자체를 면제한다.


가까운 친족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를 말한다. 사돈은 사회적 통념과 달리 법적으로 친족에서 제외된다. 과거에는 법적으로도 친족으로 인정됐으나 1990년 민법 개정 때 친족에서 제외됐다.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에는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죄, 권리행사방해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강도죄, 손괴죄, 점유강취죄, 강제집행면탈죄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C씨가 상습적으로 재물을 편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벌률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피해자가 C씨 직계혈족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형을 면제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손자가 친할아버지의 은행 통장을 훔쳐 그 안에 들어있는 예금을 몽땅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은 피해자가 친할아버지라는 이유로 친족상도례를 적용, 형 면제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A씨 사례의 경우 피해자가 A씨 아닌 대부업체여서 사기죄 고발 가능”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A씨 사례와 관련, “사기죄의 피해자는 A씨가 아니라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와 관계없이 고발이 가능하다”며 “A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이 실행되었다는 점을 입증해 대출금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이준헌 변호사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사기죄 등 재산범죄로 고소할 수 없지만, 명의도용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사소송도 가능한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하면 된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 변호사는 “이 사안을 두고 사람마다 달리 이야기하는 것은 죄를 무엇으로 보는지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달리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 명의 도용해 대출받은 것은 사전자기록위작죄”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는 “어머니가 A씨의 공인인증서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은 경우이므로 사전자기록위작죄로 고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경우 형사고소 결과를 증거로 대출업체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채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전자기록위작죄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 기록 등 특수 매체 기록을 위작하는 죄’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A씨는 부모의 사기죄에 대해 고소가 아닌 고발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며 “형사고발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A씨가 6000만원 채무에 책임이 없음을 민사소송을 통해 확인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부모가 A씨의 공인인증서를 도용한데 대해서는 언제든 고소를 할 수 있지만, 부모를 문제 삼는 것이니만큼 좀 더 신중을 기울이라”고 권유했다.


법무법인 태윤의 김정환 변호사는 B씨의 사안에 대해 “수사 단계에서 죄명을 밝히고 기소 죄명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재량 사항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결과 사기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나, 형사고소 사건은 대부분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어떤 의견서와 어떤 자료를 제출했느냐가 수사 방향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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