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나가도 좋다”더니 돌변 “보증금 못 줘”…이게 사기가 아니라고?
집주인 “나가도 좋다”더니 돌변 “보증금 못 줘”…이게 사기가 아니라고?
집주인 말 바꾸기, 형사 사기 아니어도 보증금 100% 받는 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몇 달간의 누수 실랑이에 지친 A씨의 아버지가 최후통첩처럼 “차라리 이사를 가겠습니다”라고 뱉었을 때, 뜻밖에도 집주인은 “그러시라”며 선선히 답했다.
그러나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새집 계약을 앞두고 부동산에서 날아온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것이다.
묵시적 갱신 상태로 살던 빌라 욕조 금으로 아랫집에 물이 새면서 시작된 갈등은 집주인과의 수리 문제로 다투다 이사를 결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사 결정 후 전세 시세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말을 바꾸면서 발생했다. 집주인은 "돈 주겠다고 한 적 없다"는 문자까지 보냈고, A씨는 황당함을 넘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을 맞았다.
“계약 당시 기망 의사 입증 어려워”… 사기죄 아닌 ‘돌발상황’
A씨는 이 상황이 명백한 ‘전세사기’가 아닌지 분통을 터뜨렸지만, 변호사들의 진단은 조금 달랐다.
법조계는 안타깝지만 A씨 아버지의 사례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집주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계약하는 행위(기망행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이미 수년간 거주 후 묵시적 갱신 상태였고, 최근 시세 하락으로 반환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면 ‘계약 당시 기망 의사’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사기죄는 ‘계획범죄’의 성격이 짙은데, A씨 아버지의 사례는 계약 이후의 ‘돌발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대법원 역시 “경제사정 변화로 채무불이행이 된 것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형사고소는 ‘땡’… 민사 절차 통해 보증금 100% 회수 가능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말에 ‘내 돈을 떼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수 있지만, 형사상 사기죄와 별개로 민사적으로는 보증금을 100% 돌려받을 길이 열려 있다.
집주인의 ‘배째라’식 태도에 맞설 세입자의 법적 무기는 바로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다.
우선 급하게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신청해야 한다.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절차다.
이 등기를 마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종의 ‘권리 찜’을 해두는 셈이며, 집주인에게도 새로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심리적 압박이 된다.
최후의 수단 '보증금반환청구소송', 강제경매로 회수 가능
최후의 수단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다.
법원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이다.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이는 강력한 집행권원이 된다.
이 판결문을 근거로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압류하거나, 살던 집을 강제경매에 넘겨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A씨 아버지의 경우처럼 집주인이 명백히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면,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은 매우 높다.
형사고소라는 ‘감정적 응징’은 어려울지라도, 민사 절차를 통해 ‘내 돈’은 확실히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