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 속였더니 "호텔비·월세 갚아"…연인 간 데이트 비용도 사기죄가 될까요?
의사라 속였더니 "호텔비·월세 갚아"…연인 간 데이트 비용도 사기죄가 될까요?
전 연인에게 직업 속였다 300만원대 사기·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행…문자메시지 꾸민 것도 처벌 대상?

한 남성이 전 연인에게 자신이 의사라고 속여 사기·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전 연인 B씨에게 자신을 의사라고 속였다. 관계가 끝난 뒤 A씨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가 대한의사협회 관련 내용이나 미국에서 자금이 들어올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꾸며 자신을 속였고, 그를 믿고 데이트 비용을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연애 시절 함께 이용한 호텔 숙박비와 B씨 어머니 명의 아파트에서 약 2주간 함께 산 것을 월세 상당의 이익으로 보고, 이를 합산해 약 300만원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연인 사이의 데이트 비용까지 사기죄로 처벌받게 될 위기에 놓인 A씨.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을까?
문자메시지 꾸민 것도 '사문서위조죄'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문자 메시지 내용을 꾸며 보낸 것만으로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형법상 사문서위조죄는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를 위조했을 때 성립한다. 법원은 이때의 문서를 종이 등 물체 위에 계속적으로 고정된 것으로 본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실제 문서를 위조하지 않고 단순히 전자적인 문자메시지 내용만 조작하여 보여준 것만으로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은 법리적으로 무죄를 적극 다투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허위로 연출한 행위는 기망의 수단으로 사기죄의 정황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를 사문서위조로 의율하는 것은 다툴 여지가 상당하다"고 봤다.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검사가 공소장에 무엇을 '위조 문서'로 특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클래식 오대호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나 제3자가 보낸 것처럼 발신자나 작성자를 꾸민 문자 화면·캡처를 만들어 제출했다면, 위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쓴 호텔비·월세 300만원대, 사기죄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될까
사기죄 성립 여부를 두고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핵심은 A씨의 거짓말(기망)과 B씨의 비용 지출(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질문자의 기망행위로 인해 상대가 (비용을) 지급한 경우라면,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할 여지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의사라는 신분을 믿고 B씨가 숙박비나 생활비를 썼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연인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연인 관계에서 동의하에 함께 이용한 숙박비나 일시적 거주는 단순한 호의관계나 데이트 비용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며, 이를 재산상 이익 편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씨는 B씨와 호텔에 10회 이상 함께 숙박했고, 아파트에서도 함께 생활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이익을 누린 '공동 소비'를 A씨의 편취액으로 모두 계산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다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소비' 입증이 관건…어떤 증거부터 모아야 하나
변호사들은 사기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선 '연인 관계에서의 자발적이고 공동적인 소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연인으로서 함께 숙박·식사했고 상대방도 서비스를 공동 이용했다면, 비용 전액을 귀하가 편취한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 다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공소장과 증거목록을 확보해 검사가 문제 삼는 비용 항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후 호텔 CCTV와 출입기록, 숙박 예약내역 등을 통해 '함께' 이용한 사실을 증명하고, 전체 대화 내용을 통해 연인 관계의 맥락과 B씨가 자발적으로 비용을 낸 정황을 찾아야 한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는 방어 증거로 "본인 계좌 전 기간 거래내역(금전 수수 사실 부인), 호텔·식사 공동 이용을 증명할 결제 내역, 상대의 자발적 결제 정황 대화" 등을 우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사기 전과가 있다는 점은 양형에 불리할 수 있지만, 누범기간이 지났고 당시엔 실제 서류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주장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