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각하한 아동학대 사건, 8개월 만에 송치됐지만 하루 만에 '증발'…무슨 일?
경찰이 각하한 아동학대 사건, 8개월 만에 송치됐지만 하루 만에 '증발'…무슨 일?
고소인에겐 통보도 없이 '불송치'→'송치'…형사사법포털서 사라진 사건, 변호사들 '절차 문제' 지적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경찰에서 각하됐다가 8개월 만에 검찰에 송치됐지만, 고소인 통지 하루 만에 사라졌다. / AI 생성 이미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경찰에서 각하(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고 종결)됐다가 8개월 만에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고소인 A씨가 사건이 송치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하루 만에, 해당 사건은 형사사법포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서에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그러나 경찰은 약 한 달 뒤인 11월,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잊혔던 사건은 8개월이 지난 올해 7월 갑자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사건을 검찰에 송치(사건을 검찰로 보냄)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 날, 형사사법포털에서 A씨의 사건은 조회되지 않았다.
A씨는 피의자 재조사 한번 없이 8개월 만에 서류만 오간 것은 아닌지, 고소인에게 아무런 통지도 없이 수사 결과가 뒤바뀐 절차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하며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경찰 손에서 끝난 사건, 8개월 만에 왜 다시 살아났나
A씨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은 지난해 11월 경찰 단계에서 '각하' 결정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올해 7월, 경찰은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는 통지를 받은 것도 잠시, 하루 만에 형사사법포털에서 해당 사건이 사라졌다. 경찰에 따르면 검찰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사건을 송치하라는 재수사 요청을 했고, 이에 따라 사건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변호사들은 우선 아동학대 사건을 경찰이 임의로 불송치한 것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경찰이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경찰이 각하 처리한 것 자체가 이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었고,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조사도 없이 송치…'보여주기식 수사' 아닌가
문제는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이 피의자 재조사 등 별다른 수사 없이 8개월 만에 사건을 그대로 검찰에 넘겼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변호사들은 '형식적 절차'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법률사무소 민앤정 권민정 변호사는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했다면 요구한 수사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나도 하지 않고 송치를 한 것은 절차만 밟은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의자 조사 없이 송치한 것만으로 위법이라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기존 증거만으로도 검사의 요청 취지에 따라 송치하는 사례는 실제 존재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도 "새로운 피의자 조사를 하지 않고 기존 수사기록을 정리하여 송치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 절차 위법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송치 하루 만에 사건이 포털에서 사라진 현상에 대해선 검찰이 기록 보완 등을 이유로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냈을(반려)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성현 변호사는 "검찰에서 사건을 반려하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고소인 통지 없이 멋대로 '각하→송치', 문제 없나
고소인 A씨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수사 결과가 뒤바뀐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 사건 처리 결과를 고소인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고소인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수사 결과가 뒤바뀌는 것은, 고소인의 이의신청권과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통지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글로 석종욱 변호사 역시 "수사의 결과와 처분의 내용은 고소인에게 통지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사건을 송치하는 절차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은 절차적 하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진 내 사건, 어떻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현재로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왜 경찰이 각하 결정을 뒤집었는지, 검찰의 재수사 요청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왜 검찰이 사건을 하루 만에 되돌려 보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편율 신상의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여 검사의 재수사 요구서와 경찰의 결과보고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실질적인 수사가 미진했다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에 보완 수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벽 김인규 변호사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하는 자료 외에도 ▲검사의 재수사요구서 ▲경찰의 재수사 결과보고서 ▲송치결정서 ▲검찰의 보완수사 또는 반려 관련 기록을 확인하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