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당한 사람이 왜 나랑 술 마셔?”…만취 여성 성폭행한 30대, 배심원 5:2로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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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당한 사람이 왜 나랑 술 마셔?”…만취 여성 성폭행한 30대, 배심원 5:2로 실형

2025. 11. 27 17:2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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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모임서 만난 만취 여성 성폭행 혐의

법원 “사건 후 만남 가졌더라도 성폭행 사실 변하지 않아”

서울남부지검 /연합뉴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 끝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피고인은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와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는 점을 들어 ‘합의된 관계’임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술 취해 기억 없다” vs “모텔 데려가 범행”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 남성 A씨는 한 운동 모임에 참석했다가 피해자 B씨를 알게 됐다.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술자리가 이어졌고, B씨는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 상태가 됐다. A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씨를 업고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검찰은 A씨가 의식을 잃은 B씨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폭행(준강간)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다.


“강간당한 사람이 나랑 술을 마시나?” 피고인의 항변

법정에 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성관계 당시 B씨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며 내세운 핵심 근거는 ‘사건 이후의 정황’이었다. A씨는 “사건이 있은 후에도 B씨를 한 차례 만나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성폭행 피해자라면 가해자를 다시 만나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할 리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는 성범죄 재판에서 가해자 측이 흔히 사용하는 방어 논리로, 피해자가 사건 직후 보인 행동이 일반적인 피해자의 모습(피해자다움)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해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이다.


배심원을 움직인 검찰의 한 마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말라”

그러나 검찰의 반박은 날카로웠다. 검찰은 A씨의 주장이 ‘피해자라면 응당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편견, 즉 ‘피해자다움’을 전제로 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가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만남을 가졌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토대로 A씨가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유린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4시간의 격론, 엇갈린 평결 속 내려진 단죄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7명은 약 4시간에 걸쳐 치열한 평의를 진행했다. 피고인의 주장대로 ‘사건 후 만남’이 합의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결과는 5대 2였다. 배심원 5명은 A씨에게 유죄 평결을, 2명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다수의 배심원은 사건 이후의 정황보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처했던 무방비 상태와 사건의 본질에 주목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배심원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그를 법정에서 즉시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성폭력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에 갇히지 않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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