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게 욕설·폭행당한 공무원, 보복 두려운데 접근금지 시킬 수 있을까?
민원인에게 욕설·폭행당한 공무원, 보복 두려운데 접근금지 시킬 수 있을까?
주민센터서 주민증 발급 중 고성·밀치기…'공무집행방해' 고소 가능, '출입 전면 금지'는 어려워

민원인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공무원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할 수 있지만, 접근금지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최근 민원 업무를 처리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민등록증 교부를 위해 민원인에게 지문 확인과 서류 작성을 안내하던 중 고성과 욕설을 들었고, 급기야 몸을 밀쳐지기까지 했다.
A씨는 해당 민원인을 고소하고 싶지만, 언제든 다시 찾아와 난동을 부리거나 보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A씨는 민원인이 주민센터에 오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을까?
"밀치고 욕설"…공무집행방해, 모욕죄 성립할까?
우선 변호사들은 A씨가 겪은 일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폭언과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죄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주민등록증 교부 안내 중 민원인이 욕설을 하고 직접 몸을 밀쳤다면,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친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정당한 공무를 방해하기 위한 물리력이 행사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은 반드시 상해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도 민원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공무집행방해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욕설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모욕죄 적용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욕설은 다른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되어 모욕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다.
변호사들은 혐의 입증을 위해 욕설 녹취록 외에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동료나 다른 민원인의 목격자 진술 등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복 두려운데…'접근금지'로 주민센터 출입 막을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을 통해 민원인의 주민센터 방문 자체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변호사들은 일회성 사건만으로 법원에서 접근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처럼 별도의 보호조치 규정이 마련된 사안과 달리, 일반 민원인과의 마찰에서는 법원이 곧바로 접근금지가처분을 인용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봄 법률사무소 김태환 변호사는 "민사 접근금지가처분은 가능하더라도 법원이 관공서 방문 자체를 금지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인에게도 행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어 '폭언·폭행 금지' 정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민원인의 정당한 업무 방문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법원의 명령으로 민원인의 행정청 출입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접근 금지가 어렵다면…현실적인 보호 방법은?
그렇다면 A씨가 신변 안전을 확보할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를 진행하면서 기관 차원의 보호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병행하며 기관 차원의 신변보호 요청을 우선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며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수사기관에 보복 가능성을 소명해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경찰 순찰 강화 등 신변보호 조치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 기관에 적극적으로 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민원인 방문 시 경찰관 동행 조치나 신원 확인 절차 강화를 요청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에스씨 조승연 변호사는 "기관에 해당 민원인의 방문 시 2인 이상 동석, 청원경찰 배치, 폭언·폭행 시 즉시 퇴거 조치 등 내부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만약 이후에도 민원인이 계속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등 위협 행위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접근금지 등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