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층 아파트가 29층으로? 돈 더 내라는 조합, '안심증서' 믿었는데 계약 취소될까
37층 아파트가 29층으로? 돈 더 내라는 조합, '안심증서' 믿었는데 계약 취소될까
민간임대협동조합, 사업 지연에 설계 변경…계약서에 없던 추가 분담금 미납 시 '자격 박탈' 통보

민간임대협동조합이 사업 지연, 층수 축소, 계약 외 추가 분담금 요구로 분쟁에 휩싸였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지난해 12월, 한 민간임대협동조합의 발기인으로 가입하며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다. 계약 당시 조합은 '안심보장증서'까지 교부하며 사업이 순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를 믿고 4000만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약속과 현실은 달랐다. 당초 올해 착공 예정이라던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설상가상으로 조합은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계약서에 없던 3차 분담금을 추가로 내라고 통보했다. 오는 9월까지 내지 않으면 연체료 15%는 물론 조합원 지위까지 해제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37층으로 짓겠다던 아파트는 29층으로 설계가 변경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A씨는 이 계약을 무르고 납부한 4000만 원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안심'하라던 조합의 배신…사업 지연에 층수 축소, 추가 분담금 요구까지
A씨는 지난해 12월 민간임대협동조합의 발기인으로 가입하며 4000만 원을 냈다. 당시 조합은 '2024년 4~7월 착공, 2027년 말 입주'를 약속하며 '안심보장증서'를 함께 줬다.
그러나 사업은 계속 지연됐고, 최근에야 임시총회를 거쳐 철거를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조합은 A씨에게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3차 분담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기한 내 미납 시 15%의 연체료를 부과하고 조합원 지위를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37층으로 예정됐던 건물은 29층으로 축소될 계획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법적 효력 없는 '안심보장증서', 계약 취소의 '열쇠'
변호사들은 A씨가 받은 '안심보장증서'가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을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합이 조합원의 돈을 환불해 주는 약정은 재산 처분에 해당해 반드시 조합원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건너뛴 증서는 법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법적 효력이 없거나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약속해 가입을 유도한 행위는 기망에 해당하므로, 계약 전체의 무효 및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도 "조합원이 '증서가 유효한 줄 알고 속아서 계약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 전체를 취소하고 전액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법적으로는 이처럼 무효인 약정을 근거로 계약 전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일부무효의 법리), 유효한 약정인 줄 알고 계약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납부한 분담금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층수 변경과 추가금 요구도 '중대한 계약 위반'
계약서에 없던 추가 분담금 요구와 일방적인 설계 변경 역시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변경이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당초 안내와의 중대한 차이는 조합 측의 채무불이행·기망을 주장할 여지가 있고, 특히 층수 축소는 사업의 본질적 조건 변경이라 해지·취소를 다툴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다만 조합형 사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사업계획 변경은 예상될 수 있어, 법원이 이를 쉽게 해제·취소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사업 지연·설계 변경·추가 분담금 자체만으로는 법원이 쉽게 취소·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액 환불받으려면…'조합원 자격 상실' 전 법적 조치 서둘러야
변호사들은 A씨가 추가 분담금을 내기 전에 법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조합원 지위를 잃게 되면, 거액의 위약금을 공제당하는 등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신결 윤주만 변호사는 "조합원 지위 상실 전 선제적으로 계약 취소 의사를 표시해두는 것이 반환 범위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며 "기한 전에 내용증명 발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도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기 전 변호사 조력을 받아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으로 계약 취소 의사와 반환 요구를 통지하고, 협의가 안 되면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은정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승소 후 원활한 환불을 위해 조합이나 신탁사가 관리하는 자금에 가압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