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집 초인종 누르고 문 두드리면…'주거침입'일까?
헤어진 연인이 집 초인종 누르고 문 두드리면…'주거침입'일까?
공동현관 통과해 현관문 앞 서성이는 행위, 법조계 의견은 분분... 반복되면 '스토킹' 처벌 가능성 높아

헤어진 연인이 공동현관을 지나 초인종을 누르는 것은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A씨에게 그날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집 현관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초인종을 눌러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인종에 녹화된 영상은 보관했지만, 그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됐다. A씨의 사례처럼 헤어진 연인이 집요하게 찾아오는 행위, 과연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공동현관 들어온 순간, 이미 침입은 시작됐다
다수의 변호사는 A씨의 전 남자친구가 공동현관을 통과한 시점부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세영의 김차 변호사는 "주거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현관을 지나 현관 앞까지 올라온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계단, 복도 등 공용 공간을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공간'으로 보고 주거침입죄의 객체로 인정하고 있다. 즉, 집 안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공용 공간에 들어왔다면 그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초인종만 누른 것뿐"...'침입 의도' 증명이 관건
반면, 신중한 의견도 존재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공동현관을 통과해 개인 현관까지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 행위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집 안에 들어오려는 명백한 침입 의도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 역시 "과거 묵시적으로 왕래에 동의했다면 한 번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 행위는 처벌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찾아온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과거 두 사람의 관계,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혔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한 번은 경고, 두 번부턴 '스토킹 범죄'다
법조계가 만장일치로 경고하는 지점은 바로 '반복성'이다. 전 남자친구의 방문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된다면, 이는 명백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주거지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면 성립한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스토킹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하며, 만약 같은 일이 재발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손안의 '결정적 증거', 어떻게 지키고 대응할까
그렇다면 A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A씨가 확보한 초인종 영상이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대응을 위해선 증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필요하다면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전 남자친구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 두려움에 떨지 않고 적극적으로 법적 조력을 구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