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아파트에 8억 족쇄…'괴롭히기 가압류' 배상 길 열릴까
2억 아파트에 8억 족쇄…'괴롭히기 가압류' 배상 길 열릴까
매매 파탄에 매달 90만원 손실…변호사들 "고의성 입증하면 배상 가능"

A씨는 2억 원짜리 아파트에 걸린 8억 원 가압류로 부동산 매매가 무산되고 매달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집 좀 팔게 해 주세요." 분양 계약 분쟁으로 소송에 휘말린 A씨가 2억짜리 아파트에 걸린 8억 원 가압류에 절규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는 파탄이 났고 1년 넘게 매달 90만 원의 생돈이 새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채권 확보 실익이 거의 없는 이런 '압박용 가압류'는 권리남용 소지가 크며, 본안 소송에서 이길 경우 고의성을 입증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익 없는 8억 가압류…결국 부동산 매매 '파탄'
사건은 2022년에 A씨가 한 근린생활시설을 분양받으며 시작됐다. 시행사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2024년 A씨는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시행사는 2025년 7월, A씨 소유의 아파트에 분양 잔금 8억 원을 되돌려 달라며 가압류를 걸었다.
문제는 이 아파트의 시세가 2억 원에 불과하고, 이미 1억 9천만 원의 은행 대출(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행사가 경매를 통해 가져갈 돈은 거의 없는 '빈 껍데기' 부동산이었던 셈이다.
진짜 재앙은 그 뒤에 닥쳤다. 2025년 5월 다른 곳으로 이사한 A씨가 이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고, 실제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이 8억 원짜리 가압류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매매는 무산됐다.
이후 1년이 넘도록 아파트는 팔리지도, 세를 놓지도 못한 채 텅 비었고 A씨는 매달 90만 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꼼짝없이 물어야 했다.
'남는 돈 맡기겠다' 제안도 거절…법조계 "명백한 압박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막기 위해 A씨는 시행사에 합리적인 제안을 내놨다. 가압류를 풀어주면 집을 판 돈으로 은행 대출부터 갚고 남는 차액은 법원에 맡기거나(공탁) 공증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행사의 대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실질적인 이익도 없으면서 상대방의 퇴로까지 막는 행태에 법조계는 '권리남용'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한다.
홍윤석 변호사는 "선순위 대출로 인해 실질적 실익이 없음에도 거액의 가압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의 압박용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남희수 변호사 역시 "공탁 및 공증 제안까지 거절하면서 가압류를 유지하는 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병행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채권 확보라는 본래 목적보다 소송 상대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취지다.
본안 승소 시 '특별손해' 배상 길 열려…증거 확보가 관건
A씨는 억울하게 날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해 가압류의 부당함이 증명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압류 때문에 집을 못 팔아 발생한 이자와 관리비 손해는 '특별손해'로 다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지영 변호사는 "특별손해는 채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인정되는데, 시행사가 공탁 및 공증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가압류를 유지한 것은 손해 확대를 인식하면서도 방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 요건 충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집을 팔아 남는 돈을 맡기겠다'는 A씨의 제안을 통해 시행사는 A씨의 매매 시도 사실과 손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A씨가 매매가 성사 직전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동산 중개인과의 문자·통화 내역, 공탁 제안을 했던 증거 등을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 향후 손해배상 소송의 승패를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