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는 누가 수사? 변호사들도 헷갈리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이럴 때는 누가 수사? 변호사들도 헷갈리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고소 → 경찰 조사 → 무혐의 판단 → 이의제기 → 검찰 송치
직접 수사권 없는 검찰⋯이런 경우 검찰 송치 후 '수사 주체'는 누구?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실무절차 변동을 놓고 변호사들조차도 헷갈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3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변경될 실무절차를 놓고 변호사들조차 헷갈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절도 사건을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경찰은 지체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넘겨야 한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제 검찰은 절도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이 경우엔 다시 경찰이 수사해야 하는 건가?
변호사들은 최근 페이스북 등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이 '검찰은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고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해석할 경우,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붕 떠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이 한 번 무혐의 판단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한다고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 다시 보니 혐의가 있다"고 할 리 없다는 데서 오는 걱정이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향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된다. 절도나 사기 같은 일반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절도나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이를 고소했는데 경찰이 불기소하고, 고소인의 이의제기를 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경우의 '수사 주체'가 어디인지에 변호사들의 관심이 쏠린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진우 변호사는 "이 경우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다면 한 번 더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파악하는 기회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면 사건은 2개의 수사기관에서 시간만 소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재수사를 요구했을 때 경찰이 결론을 바꿀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수사 결론을 바꾸면 경찰의 1차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내부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들도 "이렇게 되면 피해를 입은 국민이 형사고소를 통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원론적으로 "그런 구체적인 수사 방법은 후속 대통령령이 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행령도 국회의 입법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 시행령은 입법 목적에 맞게끔 구체적 절차를 정하는 것에 제한되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재수사라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벗어나는) 절도 사건 같은 경우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해석과 "재수사의 경우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벗어나는) 절도 사건 등은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해석이 부딪힌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은, 이 법안을 발의한 여당 측에서 내세우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은 "절도나 사기 사건 등은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다 해도 개정된 검찰청법에 검사는 직접 수사를 못 하고, 보완 수사나 시정 요구만 할 수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문맥 속에는 '검사가 직접 재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 보는 입장도 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그 이유를 명시해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만일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다면 이 법조문은 '재수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됐을 것이라는 해석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다.
이 해석을 지지하는 변호사들은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법경찰관은 즉시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송치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말라'는 법 규정이 없으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