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으로 아버지를..." 가해자의 합의 요구, 거절해야 하나
"낫으로 아버지를..." 가해자의 합의 요구, 거절해야 하나
살인미수 피해자 가족의 딜레마…인적사항 제공, 변호사들 답변은?

아버지를 낫으로 공격한 가해자 측이 합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하자 피해자 가족이 고뇌에 빠졌다. / AI 생성 이미지
아버지의 목에 낫을 휘두른 가해자 측이 합의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해 왔다. 끔찍한 기억이 생생한데, 가해자의 감형을 위한 길을 터줘야 할까. 아니면 거부해야 할까.
2차 가해의 공포와 현실적 보상 문제 앞에서 피눈물 흘리는 가족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이 답했다. 이들의 조언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인적사항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다.
낫에 스러진 아버지…구치소에서 온 '기록 열람' 요청
평온했던 일상은 끔찍한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났다. 아버지가 낫을 든 피고인에게 목덜미를 공격당한 것이다. 응급수술과 긴 입원 끝에 아버지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가족의 시간은 사건 당일에 멈춰 섰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어느덧 1차 공판을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에서 연락이 왔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합의 또는 공탁을 진행하겠다며 아버지의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재판 기록의 열람을 신청했으니, 동의 여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가해자와는 두 번 다시 엮이고 싶지 않은 가족들 앞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라는 너무나도 잔인한 선택지가 놓였다.
"정보 주면 감형될까, 거부하면 불이익 올까"
정보를 넘겨주면 가해자가 합의나 공탁을 진행해 형량이 줄어들 빌미를 주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가해자를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피해자 가족의 깊은 고뇌에 법률 전문가들은 단호한 답변을 내놨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귀하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살인미수·흉기 사용이라는 중대 사건에서 피고인 측과의 직접 접촉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동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보 거부는 엄벌 촉구의 메시지…공탁 효과도 제한적"
전문가들은 인적사항 제공 거부가 오히려 '엄벌 촉구'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가해자가 피해자 정보 없이 공탁을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형사소송법과 공탁법 개정으로 인해 이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사건 번호 등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성격의 형사공탁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가 정보를 주지 않아도 가해자는 피해 회복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유한) 해광 손철 변호사 역시 "비동의로 불이익은 없고, 오히려 엄벌 의사·피해 정도를 의견서로 분명히 남기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공탁이 이뤄지더라도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이를 무조건적인 감형 사유로 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자 석방 가능성은? "중대 범죄, 보석 쉽지 않아"
가족의 가장 큰 두려움은 가해자가 선고 전 사회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보석이나 선고 전 석방은 범행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라고 전망했다. 낫으로 목을 공격한 중대 범죄의 특성상 보석 허가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로 수렴된다. 가해자의 인적사항 열람 요청은 거부하고, 변호사를 유일한 소통 창구로 지정해야 한다.
동시에 재판부에는 '엄벌 탄원서'를 꾸준히 제출해 피해자의 고통과 강력한 처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별개로,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치료비 영수증과 후유장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피해 회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