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 사는 동안 밟아주겠다' 협박 무죄 판결...법원 "구체적 해악 고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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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너 사는 동안 밟아주겠다' 협박 무죄 판결...법원 "구체적 해악 고지 없어"

2025. 11. 24 12:1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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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수익금 문제로 시작된 상인들과 관리소장의 ‘전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산 기장군의 한 상가(E상가)는 오랜 기간 내홍을 겪고 있었다.


갈등의 중심에는 ‘돈’이 있었다.


상가 공용부지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장터의 수익금 관리 주체가 문제였다.


상인들인 A, B, C씨는 이 수익금이 상인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데 상가관리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이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현장 책임자인 관리소장 F씨에게 향했다.


갈등은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물리적 충돌과 업무 방해로 이어졌다.


2018년 1월, 관리소장 F씨가 외부 차량 통제를 위해 주차장에 말뚝(차량 진입 억제용 봉)을 설치하려 하자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봉 공사를 한다”고 소리치며 작업을 막아섰고, F씨를 향해 “다 죽여버리면 좋겠다”, “자식 보기 부끄럽지 않나”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B씨는 “개XX 늙어가지고”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C씨 역시 “누가 박으라고 했냐”며 거칠게 항의해 결국 공사는 중단됐다.


괴롭힘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C씨는 화장실을 수리 중인 F씨를 따라다니며 “소장도 아닌데 왜 공사를 하냐”고 고함을 쳤고,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이를 끄려는 F씨를 밀치며 “소방벨을 끄지 마라”고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B씨는 관리사무실에서 서류를 뺏으려다 F씨의 손목을 할퀴어 상처를 입혔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관리사무실 내에서의 소란이었다. 상인들은 번영회비 반환을 요구하며 사무실에 찾아가 고성을 질렀다.


특히 A씨는 자신을 고소한 F씨에게 “내가 사는 동안은 너를 꼭 밟는다”, “너를 존중하면서 갈구겠다(괴롭히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C씨 역시 “X같은 얘기 하지 마라”며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업무방해, 모욕, 협박, 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사 막고 손목 할퀴고... 물리적 실력행사엔 단호한 ‘유죄’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상인들의 행위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유죄와 무죄를 엄격히 구분했다.


재판부는 우선 차량 진입용 말뚝 설치를 막거나, 화재경보기 조작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의 핵심인 ‘위력’에 대해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나 인원수, 주위 상황에 비추어 제압하기에 족한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인들이 다수의 위세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급박한 소방 점검을 막은 것은 명백히 관리소장의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 F씨에게 욕설을 한 행위와 손목을 할퀸 행위 역시 각각 모욕죄와 폭행죄(상해에서 변경)로 인정되어 A와 B씨에게 벌금 500만 원, C씨에게 벌금 120만 원이 선고됐다.


“너 밟아버린다” 살벌한 폭언은 ‘무죄’?… 엇갈린 희비의 이유

하지만 법원은 관리사무실에서 벌어진 소란과 협박성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라는 반전 판결을 내렸다.


먼저 회비 반환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낸 돈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었고, 물리적 폭력 없이 언성만 높인 수준”이라며 “관리소장의 업무에는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이러한 요구가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원 제기 과정에서 다소의 소란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너를 밟아주겠다”, “갈구겠다”고 말한 A씨의 협박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불만 표출 과정에서 나온 다소 과격한 언사일 뿐,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C씨가 한 “X같은 얘기 하지 마라”는 발언 역시 모욕죄 무죄로 판단됐다.


결국 법원은 정당한 업무를 물리력으로 막는 행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민원 제기 과정이나 다툼 중에 나온 다소 추상적인 폭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형법상 범죄 성립 요건을 좁게 해석하며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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