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먹었다고 재판까지… 판사도 헛웃음 지은 절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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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먹었다고 재판까지… 판사도 헛웃음 지은 절도 사건

2025. 09. 18 14:0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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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냉장고 속 과자 먹은 화물차 기사

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 유죄

항소심 "이걸 재판까지 해야 하나"

초코파이 하나, 커스터드 하나. 단돈 1,050원 과자를 먹은 화물차 기사가 절도죄로 기소됐다. /셔터스톡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 과자를 꺼내 먹은 화물차 기사가 절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자, 항소심 재판장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이례적인 소회를 밝혔다.


초코파이 하나, 커스터드 하나

지난해 1월 18일 새벽 4시,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소속 화물차 기사 A씨(41)는 출출함을 느꼈다. 그는 사무실 냉장고를 열어 400원짜리 초코파이 한 개와 650원짜리 커스터드 한 개를 꺼내 먹었다. 총 1,050원어치였다. 이 작은 허기는 A씨를 법정으로 이끌었다.


검찰은 사안이 가볍다고 보고 약식기소(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등을 부과하는 절차)했지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평소 동료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그 말을 믿고 먹었을 뿐인데 왜 절도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엇갈린 진술, 1심은 '유죄'

하지만 냉장고를 관리하던 물류회사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그는 "직원들이 기사들에게 간식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허락 없이 가져간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엇갈린 진술 속에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건물 2층은 사무공간과 기사 대기 공간이 분리돼 있다"며 "냉장고는 기사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무공간 끝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회사 경비원조차 "사무공간에 냉장고가 있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씨 역시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자신에게 없음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도 헛웃음 "이걸 재판까지 해야 하나"

결국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왔다.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사건 기록을 살피던 재판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건을 따지고 보면 400원짜리 초코파이랑 65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가서 먹었다는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재판장은 "1심 판결이 나왔으니 항소심에서도 이 사건이 절도 혐의가 성립되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보겠다"고 선언했다.


"훔칠 거면 통째로 들고 갔을 것" A씨 측 호소

A씨의 변호인은 "금액이 적은 사건임에도 항소심까지 온 것은, 이런 사건으로 절도죄를 묻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변론을 시작했다. A씨 측은 CCTV 영상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무실에 들어갈 때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음료수나 과자는 누구든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 있었다. 진짜 과자를 훔치려 했다면 상자를 통째로 들고 가지, 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이렇게 가져갔겠냐"며 "배고프면 먹으라고 해놓고 절도의 고의가 성립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2명을 모두 받아들였다. 1,050원짜리 과자에서 시작된 절도죄 공방은 오는 10월 30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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