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기에 전 재산 잃고 수급자…위자료 받을 수 있나
취업사기에 전 재산 잃고 수급자…위자료 받을 수 있나
법원 '재산 피해는 돈으로만' 원칙에 '특별한 사정'이 변수

취업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 보상을 모색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회사에서 월세와 차량을 지원해 준다"는 말에 전 재산을 투자했지만, 유령회사임이 드러나며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가해자는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피해 회복은 요원한 상황.
재산 범죄에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판례의 벽을 넘어, '기초생활수급자 전락' 등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법원이 인정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취업 미끼에 전 재산 잃고, 수급자로 전락
A씨의 삶은 한 통의 연락으로 비극으로 치닫았다. 특정 회사에 취업시켜 주고, 회사에서 월세 및 차량까지 지원해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차량 보험금 및 월세 계약금 명목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가해자에게 보냈다.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에서 약 1개월간 실제로 근무까지 했지만, 임금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모든 것이 사기였음을 깨달았을 때, 가해자는 이미 형사재판에서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은 뒤였다. 그러나 A씨는 편취금과 임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했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산 피해는 돈으로"…위자료의 높은 벽
A씨는 잃어버린 돈을 넘어 무너져 내린 삶에 대한 보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법의 문턱은 원칙적으로 높다. 재산 범죄의 경우, 그 피해는 재산 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지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이 점을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사기로 잃은 돈을 돌려받으면 정신적 고통도 치유된 것으로 보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위자료를 받을 예외적인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인생 파탄'이 바로 '특별한 사정'…전문가들 "위자료 가능"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가 바로 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이 파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시완 변호사는 "A씨처럼 전 재산 상실, 생계 파탄, 정신과 치료라는 구체적이고 중대한 사정이 있고 가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되어 위자료가 추가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조가연 변호사 역시 "A씨처럼 치료 기록이 있고 생계곤란까지 발생한 경우라면, 일반적인 사기 사건보다 위자료가 증액될 여지는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신과 진단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 피해 상황을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 제출이 위자료 인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형사 유죄'는 강력한 무기, 진짜 싸움은 '피해 회수'
가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은 A씨에게 매우 유리한 카드다. 박성현 변호사는 "가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사기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라며 승소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승소 판결이 끝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준성 변호사는 민사 판결로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한 뒤, 재산명시신청이나 재산조회를 통해 가해자 명의의 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을 해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서아람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점은 '회수 가능성'입니다. 판결을 받더라도 상대방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재산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압류나 강제집행까지 고려해야 합니다"라며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A씨의 싸움은 법정에서의 승리를 넘어, 가해자의 재산을 찾아내는 현실적인 단계로 이어져야 끝을 맺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