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가 MR 2번이나 ⋯4천만원짜리 예식 망치고 '상품권 30만원' 제안한 식장
결혼식 축가 MR 2번이나 ⋯4천만원짜리 예식 망치고 '상품권 30만원' 제안한 식장
두 번의 잘못된 MR, 엉망이 된 음향
명백한 채무불이행, 위자료는 수백만원대

4천만원을 들인 강남 예식장에서 축가 MR이 두 번 잘못 나오고 음향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건반장' 유튜브 캡처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 축가를 부르기 위해 친구가 마이크 앞에 섰지만 흘러나온 것은 엉뚱한 반주(MR)였다. 당황한 사회자가 음악을 껐지만, 두 번째로 재생된 곡은 알 수 없는 트로트였다.
4천만원을 들인 강남의 유명 예식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랑과 신부는 망가진 결혼식에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식장 측은 "1년에 한두 번 일어나는 일"이라며 상품권 30만원을 제안했다.
두 번의 음악 실수에 음향 사고까지⋯총체적 부실
사건은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예식장에서 발생했다. 제보자인 신부는 JTBC '사건반장'에 "약 1년 전 예약했고 대관료 등으로 4천만원가량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결혼식 이틀 전, 신부가 부르려던 축가를 친구가 대신 부르기로 하고 MR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식장 측은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내용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 리허설 실종: 본식 당일, 축가를 부르기로 한 친구는 리허설 안내를 받지 못했다.
- 정보 공유 부재: 식장이 지정한 사회자조차 축가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전에야 알았다.
- 두 번의 MR 실수: 축가 순서가 되자, 첫 번째로는 변경 전의 MR이, 두 번째로는 정체불명의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 음향 사고: 결국 순서를 바꿔 사진 촬영 직전에 축가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MR 소리가 너무 커서 노래가 거의 들리지 않는 음향 사고가 발생했다.
하객들은 수군거렸고, 신랑 신부는 억지로 웃으며 식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식장 측은 "1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인데 하필 오늘 일어났다"며 와인 10병 또는 상품권 30만원의 보상을 제안하며 무마하려 했다.
법적 책임은? "명백한 채무불이행"
결혼식을 망친 예식장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는 명백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예식장은 계약에 따라 원활한 예식 진행을 보장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민법 제390조).
이는 법원의 판례로도 뒷받침된다. 과거 결혼식 영상 촬영을 누락하거나(대전지방법원 2013가단211251),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경우(대구지방법원 87가합439) 등에서 법원은 예식장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음향팀이나 사회자 등 직원의 과실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예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민법 제391조). 이들은 예식장의 의무를 이행하는 '이행보조자'이기 때문이다.
상품권 30만원? 판례 보니 위자료만 수백만원
예식장 측이 제안한 상품권 30만원은 타당할까? 이 또한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결혼식은 다시 치를 수 없는 일생일대의 행사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아 법원은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한다.
결혼식 DVD 촬영이 누락된 사건에서 법원은 신랑·신부에게 각각 2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대전지방법원 2013가단211251 판결). 결혼식 동영상을 촬영하지 못한 다른 사건에서는 각각 25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나202024 판결).
이러한 판례에 비춰볼 때, 축가가 두 번이나 잘못 나오고 음향 사고까지 겹쳐 결혼식 전체 분위기를 망친 이번 사건의 경우, 신랑과 신부에게 각각 최소 150만원에서 300만원, 총 300만~600만원 수준의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이라는 식의 불성실한 사후 대응 역시 위자료 산정 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랑·신부는 예식장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30만원 상품권이 아닌 수백만원대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 위해 결혼식 영상, 계약서, 축가 변경 관련 증거, 하객 증언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