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중 아내 명의 재창업? 변호사들 “재산은닉 위험” 만장일치 경고
파산 중 아내 명의 재창업? 변호사들 “재산은닉 위험” 만장일치 경고
특허 무상 이전·자금 이동 정황…'사해행위'로 면책 불허 가능성↑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사업가가 배우자 명의로 새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이어가려 하자,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경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자금난으로 법인 파산과 개인회생을 동시에 고려 중인 한 사업가가 배우자 명의로 새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채무 변제를 회피하기 위한 ‘재산은닉’이자 ‘사해행위’로 간주돼, 면책은커녕 민·형사상 책임까지 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만장일치로 경고했다.
벼랑 끝 사업가의 위험한 재기 시나리오
최근 법률 상담에 나선 한 사업가는 기존에 운영하던 법인이 자금난에 빠져 통장 압류를 당하고 직원들마저 대거 퇴사해 사실상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는 사업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배우자 명의로 신규 법인을 설립해 앱 개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자신이 개인 명의로 보유한 특허를 새 법인에 이전하고, 핵심 인력에게는 근속 기간과 성과에 따라 지분을 나눠주는 ‘베스팅(Vesting)’ 조건의 주주간계약 체결까지 포함됐다.
“사해행위 리스크 매우 커”…변호사들의 만장일치 경고
그러나 변호사들은 해당 계획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가 아닌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법인 파산과 개인회생을 병행하며 배우자 명의로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행위는 채권자들로부터 재산 은닉이나 사해행위로 의심받을 법적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존 법인의 자산이나 수익을 배우자에게 이전한 정황이 있다면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며, 민사상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대상이 되어 신설 법인의 사업권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홍현필 변호사 역시 법 조항을 직접 거론하며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법인 파산과 개인회생은 채무를 정리하고 재기하기 위해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실무상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배우자 명의로 신설 법인을 세우고 기존 자산이나 수입을 이전하는 행위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564조에서 정한 재산 은닉 혹은 사해행위에 해당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파산관재인이 해당 거래를 무효로 만드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짜 특허 이전’은 형사처벌까지 부르는 뇌관
특히 사업의 핵심 자산인 개인 특허를 정당한 대가 없이 새 법인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은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지목됐다. 채무 변제에 쓰여야 할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로, 민사 책임을 넘어 형사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휘일 변호사는 “개인 명의 특허를 신규 법인에 양도하거나 사용권을 설정할 때도 객관적인 가치 평가 없이 저가로 이전한다면 배임이나 재산 도피로 간주되어 형사 책임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남은현 변호사 또한 “특허 이전·사용허락도 마찬가지로, 무상 또는 저가로 이루어진다면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됩니다”라고 지적하며 법원이 해당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합법적 재기, 방법은 없나? “투명성과 완벽한 분리가 답”
그렇다면 합법적인 재기의 길은 완전히 막힌 것일까? 전문가들은 ‘완벽한 분리’와 ‘투명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푸름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인 파산과 개인회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자 명의의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기존 자산이나 수익을 이전한 정황이 있다면 사해행위나 면책불허 사유로 문제될 수 있으므로, 자금 흐름과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나왔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배우자가 명확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보유하고, 본인은 급여 또는 자문 계약 수준으로 관여하며, 지분은 회생 종료 이후 단계적으로 취득하는 구조입니다”라고 제안했다.
특허권 문제에 대해 서울고등검찰청 출신인 법률사무소 무제 홍원표 변호사는 “개인 명의 특허를 신설법인에 무상으로 넘기기보다는 통상적인 대가가 있는 사용허락처럼 설계해, 개인회생에서 재산은닉 오해를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형식만 배우자 명의일 뿐 실질적으로 사업주가 운영하는 구조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