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써달라' 요청 무시하고 '안에 쌀게'…이것도 강간죄가 될까요?
'콘돔 써달라' 요청 무시하고 '안에 쌀게'…이것도 강간죄가 될까요?
상세 일기·카톡 증거에도 남성은 '합의된 관계' 주장
처벌 핵심은 '폭행·협벽' 입증 여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그는 상대방 남성 B씨가 콘돔을 사용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안에다 싸겠다"고 협박하며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소했다.
A씨는 사건 정황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장과 카카오톡 대화 원본, 산부인과 진료기록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B씨는 "서로 좋아서 한 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의 상세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B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 B씨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콘돔 없으면 안 해" 거절했지만
A씨는 자신의 집에서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두 사람 다 술은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진술에서 "B씨에게 콘돔 사용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고, '안에다 싸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A씨는 철저하게 증거를 수집했다. 사건 경위뿐만 아니라 B씨와 처음 대화를 시작한 날짜, 차에서 함께 들었던 노래 목록, B씨가 했던 가족 이야기까지 일기장에 상세히 기록했다.
카카오톡 대화는 경찰을 통해 원본 데이터 전체를 확보했고, 사건 직후 산부인과를 찾아 강간 피해 사실을 밝히고 진료기록과 성병(STD) 검사 결과지 등도 받아두었다.
현재 A씨는 해바라기센터에 강간 피해자로 등록됐고, 신변 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은 상태다. 하지만 B씨는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서로 좋아서 한 행위"였다며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다.
'비동의'만으론 처벌 어려워…'폭행·협박' 정도가 관건
변호사들은 A씨가 처벌 가능성을 따져볼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면서도,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단순히 '동의 없는 성관계'만으로 처벌하는 '비동의간음죄'가 없어,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강간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에 사정하겠다'는 발언이 현실적인 협박으로 작용해 자유로운 대응이 어려웠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간음한 경우 성립하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상윤 변호사 역시 "현행 형법상 강간죄가 인정되려면 피고소인이 폭행 또는 협박을 이용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상태에서 간음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안에 싸겠다'는 발언이 실제 공포심을 일으켜 저항을 어렵게 하는 협박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는 분석이다.
꼼꼼한 일기장, 오히려 '호감 증거'로 역공당할 수도
A씨가 확보한 상세한 일기, 카톡 대화, 진료 기록 등은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료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일기 원본과 카카오톡 전체 대화, 사건 직후부터 이어진 진료 및 상담 기록은 각각 작성 시점과 경과가 드러나도록 그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상세한 기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상대방이 이를 '호감의 증거'로 왜곡해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노래 목록과 가족 이야기까지 남긴 기록은 성실함의 증거이나, 상대방 측에서는 호감의 표지로 읽어낼 자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도 "정교한 일기장은 좋으나, 상대가 '호감'으로 왜곡할 여지가 있다"며 "증거 중 피해 사실과 강제성을 입증하는 부분을 선별하여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 후에도 계속되는 카톡…'스토킹' 혐의 추가될까
B씨는 고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A씨에게 계속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행동이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상우 변호사는 "신변보호 조치까지 이루어진 상태에서 반복되는 연락은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며 "서로 좋아서 한 행위라 주장하면서 고소 후에도 접근을 이어가는 태도 자체가 본안(강간죄)의 심증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 역시 "상대의 대화 요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절대 답장하지 말고 모두 캡처하여 증거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