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가 자녀 모르게 고액 보험을 5개 넘게 가입…무효로 돌릴 수 있을까요?
치매 아버지가 자녀 모르게 고액 보험을 5개 넘게 가입…무효로 돌릴 수 있을까요?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
의사무능력 상태였다는 점 인정되면 무효 주장 가능

치매를 앓는 고령의 아버지 앞으로 모르는 보험이 5개나 가입돼 있었다. 수익자는 모두 간병인 B씨.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운 아버지를 이용해 B씨가 각종 보험에 가입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셔터스톡
A씨는 오랜만에 아버지 집을 찾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치매를 앓는 고령의 아버지 앞으로 모르는 보험이 5개나 가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보험들은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면 고액의 생명보험금이 나오는 식이었는데, 수익자는 모두 간병인 B씨로 돼 있었다.
아버지와 B씨는 그다지 친밀한 관계도 아니다. 다만,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운 아버지를 이용해 B씨가 각종 보험에 가입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당장 이 보험계약을 없었던 일로 돌리고 싶다.
변호사들은 우선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보험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 경증의 치매 상태에서의 법적인 결정은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중증의 치매 상태이고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법은 심한 정신질환, 혼수상태 등에 있는 자를 '의사무능력자'로 보고, 이러한 의사무능력자가 계약 체결 등 법률 행위를 한 경우엔 이를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본인 행위의 법적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이로의 장원석 변호사는 "생명보험은 피보험자(A씨의 아버지)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아버지의 상태로 볼 때 정상적인 서면동의가 힘들어 보인다면, 의사무능력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돼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 역시 "자세한 건 개별 보험 계약⋅약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아버지의 인지능력 저하를 이유로 보험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러한 비슷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성년후견인 등의 신청을 통해 A씨가 아버지의 재산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신청 한다고 모두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당사자에게 금전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중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정법원이 해당 제도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정해 지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