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나타나 2천만원 갚겠다더니” 또 잠수 탄 친구, 사기죄 고소 되나요?
“5년 만에 나타나 2천만원 갚겠다더니” 또 잠수 탄 친구, 사기죄 고소 되나요?
전문가들 형사 고소 실익 낮아
새 차용증으로 민사소송 후 급여 압류가 현실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년 전에 빌려준 돈, 갚겠다며 차용증까지 써놓고 또 연락이 안 됩니다.”
5년 전 1,100만 원을 빌려주고 잠적했던 채무자에게 최근 다시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5년 만에 나타난 친구의 말을 믿고 이자까지 합산한 2,000만 원짜리 차용증을 새로 썼지만, 약속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친구에게 1,100만 원을 빌려줬지만, 흔한 차용증 한 장 받지 못했다. 친구는 곧 연락이 끊겼고, 나중에 들려온 소식은 그가 도박 빚으로 교도소까지 다녀왔다는 풍문뿐이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돈을 갚겠다”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A씨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원금 1,100만 원에 5년 치 이자를 더해 총 2,000만 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직접 작성했다.
A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매주 돈이 들어오는 대로 갚겠다던 약속과 달리, 단 한 푼도 입금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괘씸한데…'사기죄' 형사 처벌은 어렵나?
A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형사 고소 가능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돈을 갚지 않는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속여서 돈을 빌렸다는 점이 입증돼야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창경 김경수 변호사 역시 “채무자가 이제 와서 갚겠다고 하는 것은 변제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형사 고소는 실익이 낮다”고 조언했다.
물론 일부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압박을 준다”며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기죄 입증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민사 절차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로 쓴 차용증과 녹음, 법적 효력은?
A씨에게 남은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근에 받은 차용증과 녹음 파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증거들이 민사소송에서 채무의 존재와 금액을 입증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쌍방이 합의하여 총 2,000만 원으로 채무액을 확정한 것은 유효한 채무 승인 및 변제 합의로 간주된다”며 “법원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합의한 이 금액을 청구액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원금 1,100만 원에 대한 이자를 계산했을 때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넘지 않는다면, 합의한 2,000만 원 전액을 청구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소송 이기면 돈 바로 받나? '급여 압류'의 현실
만약 A씨가 소송에서 이기면 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르다. 승소 판결은 채권을 법적으로 확정하는 단계일 뿐, 실제 돈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승소 판결 후에는 즉시 채무자의 급여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실질적인 채권 회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자가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법원을 통해 월급의 일부를 A씨가 직접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 역시 채권자가 직접 신청하고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최후의 수단 '부모님 연락', 괜찮을까?
답답한 마음에 채무자의 부모에게 연락하려는 A씨의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부모는 자식의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A씨가 오히려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채무자의 부모님께 연락하여 변제를 독촉하는 행위는 불법 채권추심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확보한 명확한 증거를 토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론적으로 A씨가 선택할 최선의 길은 새로 받은 차용증을 근거로 신속히 민사소송(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대응이나 사적 압박은 피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A씨가 손에 쥔 차용증은 더 이상 깨진 ‘약속’의 증표가 아닌, 채권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