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몇 잔에 400만원 요구…'합의금 장사'의 덫에 걸린 알바생
음료 몇 잔에 400만원 요구…'합의금 장사'의 덫에 걸린 알바생
피해액 50배 계약서 들이밀며 압박… 법조계 '명백한 공갈미수'

친구에게 아이스티를 줬다가 횡령범으로 몰린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장이 피해액의 수십 배인 4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논란이 됐다./ AI 생성 이미지
친구에게 아이스티 몇 잔을 건넸다가 횡령범으로 몰린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장이 피해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4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장은 '반성문이 증거'라며 형사고소를 무기로 압박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피해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합의금 요구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선 명백한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놀러온 친구들에게 음료 몇잔 꺼내 준게 악몽의 시작
아르바이트생 A씨의 악몽은 선의로 건넨 음료 몇 잔에서 시작됐다. 가게에 손님으로 온 친구들에게 아이스티, 커피믹스 등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 사실을 알게 된 사장은 피해액이 10만~30만원이라며 A씨를 횡령죄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겁을 먹은 A씨는 즉시 사과하고 자필 반성문까지 써서 제출했다. 하지만 사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마지막 출근 날, 사장은 합의와 고소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합의를 택한 A씨가 30만~50만원을 제시하자, 사장은 "계약서에는 민,형사의 책임을 지며 발생한 금액의 50배를 합의금으로 한다"는 조항을 보내며 50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선처를 호소하자 400만원으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감당 불가능한 돈이었다.
사장은 ”벌금부분 따로 처리될거고 계약서 내용대로 민사처리 할거다. 소송비 왔다갔다 하는것까지 계산하면 더 높게 청구소송 하겠지… 네가 반성문 작성했으니 입증은 될거다. 올바른 판단을 했으면 했는데“라는 문자를 보내며 A씨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썼던 반성문이 자신을 겨누는 칼날이 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 "사장의 행위는 공갈미수죄"
법률 전문가들은 사장의 행위가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았다. 공갈죄는 타인을 협박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 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김재헌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상대방이 과도한 합의금을 제시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소 및 민사소송을 언급한 부분은 공갈죄나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사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실제 피해액(10만-30만원)의 50배에 달하는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형사고소를 빌미로 압박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정당한 합의 요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형사고소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김경태 변호사도 "본 사안에서는 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형사고소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이 있어 공갈미수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사장이 합의금의 근거로 내세운 '피해액 50배 배상' 계약서 조항 자체도 법정에서는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지만, 우리 법원은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피해액이 최대 30만원인 사안에서 500만원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현저히 넘어서는 행위로,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협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 유사 사안에서 법원은 정당한 권리 실현 수단이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19고정95 판결 등). 따라서 A씨가 섣불리 합의에 응할 필요는 없다.
해당 아르바이트생은 '기소유예' 가능
그렇다면 A씨의 횡령 혐의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는 "친구들에게 공산품을 준것도 아니고 일하는 곳의 음료를 준거 가지고 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라며 "충분히 기소유에가 가능하니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시길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정황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횡령 혐의 또한 A씨가 초범이고 사안이 경미하다면 기소유예가 충분히 기대됩니다"라고 내다봤다.
횡령죄 처벌 결과와 무관하게 사장의 협박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갈미수죄 고소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철저히 보관하고, 과도한 요구에 응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