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찾아온 기후장관…가습기살균제 유족 "우리에겐 구제 아닌 배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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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찾아온 기후장관…가습기살균제 유족 "우리에겐 구제 아닌 배상이 필요하다"

2026. 08. 21 11: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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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감시 속 천막도 없이 빗속에 놓인 영정

유족들 "국가의 은전인 구제 대신 책임 인정하는 배상 필요"

18일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가 연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고(故) 서영철 대표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뉴스

2천여 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들이 빗속 광장에서 국가의 온전한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현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연대 총괄사무처장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의 유언을 전했다.


김 처장에 따르면 고인은 "내가 죽거든 절대 장례식 치르지 말고 우리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닦을 수 있는 법이 온전하게 시행령이 진행될 수 있도록 투쟁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제'와 '배상'은 하늘과 땅 차이


유족들이 외치는 핵심적인 법률 쟁점은 단어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바로 '구제'를 '배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구제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처장은 "구제와 배상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분노했다.


법률적으로 구제는 국가가 은전을 베푸는 개념에 가깝다. 반면 배상은 국가와 기업이 간접 살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를 저질렀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 책임을 지는 행위다.


오는 10월 8일 시행을 앞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여야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깜깜이'로 법안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법적 보완점은 명확하다.


질병이 시작된 시점(최장 17년 전)을 기준으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병으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일실수입(사고가 없었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을 이익) 산정,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침해에 대한 보상 등이다.


실제로 병원비가 7억 원이 들어간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300만 원의 지원을 받는 데 그친 황당한 사례도 있다.


2기 특조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피해자들을 가장 절망하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개인은 5년이 지난 의료 기록을 병원에서 발급받기 어렵다. 소송을 거쳐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추적하거나, 과거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을 뒤져야만 겨우 접근이 가능한 실정이다.


김 처장은 "가정이 완전히 해체된 경우가 많다. 뱃속에서부터 문제가 돼 태어나 짧은 생애를 마감한 아기는 진료 기록조차 없다"며 참담한 현실을 전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2기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김 처장은 일각의 '시간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 "90% 이상 조사가 돼 있는 판도라 상자를 덮은 것"이라며,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고 가해자들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까지 돼야만이, 나중에 공소시효가 지났다 치더라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온전한 배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제 말뿐인 위로 대신 구체적인 법과 제도를 기다리고 있다. 유족들은 대통령의 빈소 방문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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