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50만원씩 갚겠다" 약속에 합의서 써줬더니⋯ '배 째라'로 버티는 사람,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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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50만원씩 갚겠다" 약속에 합의서 써줬더니⋯ '배 째라'로 버티는 사람, 어쩌죠?

2020. 03. 04 17:1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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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재고소 안 돼

합의 불이행을 '사기'로 볼 수 있을까?

"또 당했구나" 합의서를 써줬다가 낭패를 본 A씨.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가 가지고 있는 합의서에는 '매달 50만 원씩 갚겠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그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또 당했구나" 생각뿐인 A씨.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A씨가 투자사기를 당한 건 퇴직금을 받은 얼마 뒤였다. B씨는 "8000만 원을 투자하면 연 1000만원 이상, 10년간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A씨를 꼬셨다. 그럴듯한 부동산 투자 계획서를 보여주며, 소유 지분 등기도 약속했다. A씨는 홀린 듯 여기에 투자했다.


은행 통장에 매달 100여만원씩 들어올 것이라는 A씨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돈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B씨가 사기로 입건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투자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던 A씨. 그러던 중 B씨 측이 연락을 해왔다. 매달 50만 원씩 갚아나갈 테니 합의하자는 것이었다. 돈을 조금씩이라도 받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A씨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혹시나 몰라 공증까지 받았다. 이후 B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B씨가 풀려난 후에도 A씨의 통장에 들어온 돈은 여전히 0원. B씨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한 차례 사기당했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난 A씨. B씨를 형사 고소했지만 각하됐다.


이에 A씨는 "B씨를 꼭 감옥에 보내고 싶다"며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문의하며 "못 받은 돈을 받아낼 수는 없는지"도 물었다.


일사부재리 원칙⋯"같은 혐의로 다시 고소할 수 없어"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집행유예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다시 고소할 수 없다”며 “그래서 각하처분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은 ‘한번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원칙이다.


황미옥 법률사무소의 황미옥 변호사도 '일사부재리' 원칙을 언급하며 "상대방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원래 기소됐던 사기죄로 재고소해 처벌받도록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돈 받아낼 방법은 강제집행 또는 민사 소송

황미옥 변호사는 "B씨의 합의서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형사판결문과 합의 약정서를 토대로 민사소송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변호사도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증으로 강제집행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편의 곽지현 변호사는 "각서 내용에 집행력까지 인정되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면 이를 토대로 강제집행이 가능하고, 집행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공증을 받은 서류가 있으니 B씨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며 "B씨의 재산을 알 수 없으면 재산명시신청 및 채무불이행자 등재신청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합의 내용 불이행, 별도 '사기죄'로 보기는 어려워

A씨는 B씨에게 돈을 받아내는 것과는 별개로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도 처벌하고 싶다.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은 것이 '사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법무법인 오라클의 박현민 변호사는 “합의 내용을 불이행했다고 해도, (A씨가) 따로 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박 변호사는 “유사수신행위 범행은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으니 다른 피해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라”며 “만약 다른 피해 사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면, A씨의 피해와 합의 불이행 등을 내용으로 한 진정서를 제출해 그 사건 처분과 재판에 고려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서상의 박준용 변호사는 “합의 당시 B씨에게 기망(欺罔: 거짓말을 해 상대를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의 의사가 있었거나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면, 사기나 강제집행면탈로 고소해 처벌받게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이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우 법률사무소의 장준환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 합의서 작성 자체를 기망으로 고소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이로 인하여 처벌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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